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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유럽

[2012 유럽여행] 14일차, 몬세라트와 검은 성모마리아

LiiH 2015. 1. 30. 22:51

일정

 

 

[14일차/2012.07.09]

 

오늘은 바르셀로나 일정 중 근교 몬세라트Montserrat에 가는 날이다.

게으름 덕분에 예상 시간보다 조금 늦게 호스텔을 나왔지만, 기분 좋게 에스파냐 역까지 걸어갔다.

 

미리 알아온 정보대로 FGC 표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간 뒤, 티켓 기계 앞에 서서 몬세라트 통합권을 뽑으려 하는데 통합권 버튼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저것 눌러보아도 기차표+산악 열차 or 케이블카뿐이더라ㅜㅜ 혼자 티켓도 못 끊고 버벅거리니 옆에 있는 아저씨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아저씨도 통합권 따윈 모른단다. 같이 이리저리 헤맨 뒤에야 결국 맨 처음에 보았던 기차표+산악 열차가 포함된 티켓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 Gracias!

 

표와 영수증이 툭 떨어지고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기차를 타기 위해 후다닥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기차에 오르니 한국인 무리가 몇몇 보인다. 왠지 모를 안도감...ㅎ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약 한 시간가량 기차를 타고 달려 오늘의 중간 목적지인 Monistrol de Montserrat에 도착했다.

사람들을 쫓아가니 초록색의 산악 열차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고, 열차에 오르니 천천히 산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간다. 안타깝게도 등지고 있어서 몬세라트 풍경은 코빼기도 못 본ㅜㅜ

 

그리고 몬세라트 수도원 입구에 도착!

 

제일 먼저 내가 간 곳은 바로 ⓘ

직원에게 지도를 받고 성당의 위치를 물어보니 주우욱 볼펜으로 그어 알려주었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 몬세라트 성당에 도착했다. 

 

 

짜잔!

근데 사실 이 모습보고 실망했다. 기대와는 다르달까... 좀 더 화려할 줄 알았는데ㅎㅎ;

 

 

어쨌든 성당은 뒤로하고 몬세라트의 명물─검은 성모마리아상을 보기 위해 밖으로 삐쭉 나와 있는 줄에 섰다.

하지만 이게 모든 고행의 시작이였으니...

 

기다림이 두 시간째요, 찔끔찔끔 소예배당을 보는 감질맛에 해탈과 초월의 경지에 이르렀다.

아흐ㅠㅠ 성수기에 와서 그런가. 강제 한줄서기 할 수밖에 없는 좁다란 공간에서 앞뒤 옆으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기다리는 것이 너무너무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내 앞 커플은 어찌나 쪽쪽거리던지ㅜㅜ

 

그리고 내 뒤에 있던 한국인 가족은 8살도 안 돼 보이는 애기가 있었는데, 애기가 오줌 마렵다고 낑낑거리는 게 너무 안쓰러웠다. 결국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긴 했지만...

 

진짜, 이 기다림은 성모 마리아를 만나기 위한 고행의 가시밭길로 느껴질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ㅜㅜ 이때 온 사람들 아니면 내 맘 이해해주지 못할 거야. 그리고 그 힘든 시간 속에서 본 소예배당은 찍을 힘도, 관심 가질 힘도 없어서 기억도 안 날 정도. 너무 지쳐버렸어...

 

 

고행 끝에 도착한 천사의 문

이 문이 천국으로 가는 문이렸다!

이 문만 넘으면 마리아님을 영접할 수 있다.

 

 

그리고 2시간 끝에 만난 검은 성모마리아상

오른손에 놓인 둥근 구슬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실 2시간 내내 기다리는 동안 무슨 소원을 빌까? 하면서 나름 행복한 고민을 했었다. 세계 평화와 복권 당첨을 부탁할까, 아님 부자 되게 해주세요? 여튼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소원 목록(?)을 작성했건만, 막상 임을 만나니 머릿속이!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든 든 것처럼 소원 목록은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 버리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더라.

 

5초 간 정적... 그리고 번쩍! 내 뒤에 수십, 수백 명이 기다리고 있다!!

라는 생각과 함께 결국 평범한 소원을 빌고 그녀의 손을 내려놓았다. 하... 이게 아닌데ㅜㅜ 나의 2시간이... 10초 만에 끝나버렸다.

 

 

성모마리아상 위치에서 바라본 성당의 모습

 

 

사진 속 정가운데 제일 밝은 곳이 검은 성모마리아 상이 있는 곳이다. 

 

성모 마리아에게 평범한 소원을 빌고 내려와 다시 성당 안으로 들어갔지만 힘이 빠졌는지 사진이 죄다 흔들렸다. 10초 간의 만남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정신 나간듯.

 

 

의자에 앉아 마음을 추스려 본다(?).

 

 

아쉬웠던 몬세라트 성당의 일정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내 맘과 다르게 날씨가 너무 좋았다. 진짜 너무 밝아서 눈을 못 뜰 정도로 햇빛이 쨍쨍.

 

 

몬세라트는 성당도 유명하지만 그 주변의 바위산 또한 명물이다. 초록색을 보니 눈이 뻥 뚫리는 느낌! 맨날 도시에 있다가 산에 있으니 느낌이 색달랐다.

 

 

그리고 몬세라트만큼 푸른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

 

 

 

몬세라트는 성당 말고도 케이블카를 타고 더 높은 곳─전망대도 오를 수 있었으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할짝이며 간이 장場도 보고 난간에 기대어 바람도 좀 쐰 뒤, 4시 15분 열차를 타고 다시 역으로 되돌아갔다.

 

 

역으로 되돌아가는 산악 열차 안에서 찍은 몬세라트 풍경

 

FGC를 타고 에스파냐 광장으로 컴백!

그리고 충동적으로 아레나 쇼핑 센터로 들어갔는데 완전 신세계가 펼쳐진다. 상점도 많고 또! 마켓도 발견~

사실 호스텔 주변 가게에는 생닭이나 고기류를 파는 곳이 아니라서 감자, 양파, 계란만 사서 밥을 해먹곤 했는데 여기는 고기도 판다. 유기농 마켓이라 조금 비싼 게 흠이지만.

하지만 어쩌겠음ㅋㅋ 고기가 먹고 싶은 걸! 결국 닭다리 무진장 큰 거를 사 들고, 설탕도 구입한 뒤, 가져온 고추장으로 닭볶음탕을 해 먹었다.

 

 

냄비에 고추장을 듬뿍 넣고 설탕과 감자, 양파를 넣은 뒤 소금으로 간을 하고 팔팔 끓이니 외국인이 매우 스파이시해 보인단다. 옆에서는 매운지 콜록콜록거리고.

 

햇반을 데우고 본격적으로 먹는데 내 윗 침대 룸메가 내 앞에 앉아 통성명을 한다.

"이건 무슨 요리니?"

"치킨 수프야."

"어디서 왔어?"

"코리아! 너는?"

"홀랜드."

등등... 하지만 내 짧은 영어 실력에 상대방은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고 묵묵히 저녁만 먹은 뒤, 각자 할 일을 하기 위해 찢어졌다.

 

일일 지출 내역

사과, 과자 €1.93

아이스크림 €4.5

닭고기 €4

몬세라트 이용권 €18.2(카)

 

* 본 여행기는 당시 일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 본문의 지도는 소장하고 있는 것을 스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