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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유럽

[2012 유럽여행] 5일차, 파리 동성애자들의 축제, La Marche des Fiertes in PARIS

LiiH 2014. 12. 1. 17:52

일정

 

 

[5일차/2012.06.30]

 

오늘 노트르담 앞에서 미사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일찍 일어나려 했으나 어쩌나 보니 11시... 광장 앞에 가니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광장에는 전광판 2개와 빵빵하게 울리는 스피커를 놓아두고 성당 안 미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나도 옆으로 살짝 빠져나와 미사를 보았으나 불어로 하는거라 못 알아듣기도 하고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서 한시간 넘게 서있으려니 비타민 D를 과다섭취한 것 같아 미사 구경은 여기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가지 못했던 곳을 둘러보기 위해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나 생루이St Louis섬으로 향했다.

 

 

시테섬과 연결된 다리 하나를 건너니 아까와는 다르게 조용하고 한가롭다.

한적한 거리를 걸으며 상점에 들어가 구경도 해보고 골목을 누비다가 교회 하나를 발견했다.

 

 

가이드북에도 나와있지 않은 생루이 앙 릴 교회St Louis en l'ile

자석에 이끌리듯 안으로 들어갔다.

 

 

와! 그냥 동네 교회(?)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화려하다.

 

 

교회하면 빠질 수 없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오르간!

 

사람이 시장통을 이루던 노트르담과는 다르게 사람도 없고 조용해서 의자에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생루이섬 주변을 한바퀴 빙 돌면서 세느강의 운치를 즐기니 괜히 마음이 편해진다.

 

 

생루이섬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노트르담에는 아직도! 아직도?! 미사를 하고 있었다.

신부님들이 더운지 우산을 쓰고 신자들에게 무엇을 나눠주고 신자들은 받아먹고... 끊임없이 미사는 진행되고 있었다.

노트르담 성당 안에도 들어가고 포앵제로도 밟고 싶었지만 도무지 미사가 끝날 것 같지 않아 좀 있다 다시 오기로 했다. 

 

그다음 일정은 저번에 보지 못한 팡테온(판테온)Pantheon!!

유명인들이 묻힌 곳으로 유명하지만 파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에 한번 들려보기로 했다.

(참, 팡테온에 가기 전에 시티 파마시에 들려 친구들이 부탁한 유리아쥬 립밤을 샀다.)

 

가이드북에 따라 팡테온과 가까운 카르디날 르무안Cardinal Lemoine 역에서 하차했으나 팡테온이 보이지 않는다. 역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길을 찾다가 결국 핸드폰을 꺼내 위치를 찍었다. 안내된 지도를 따라 공원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쭉 오르니,

 

 

 

짠~! 팡테온 발견! 엄청 크고 화려하다.

 

 

학생할인 받고 입장하니 입이 떡 벌어진다. 완전... 멋있는데?!

 

 

목이 빠지도록 고개를 들어 돔도 보고

 

 

'푸코의 진자'로 유명한 진자도 봤다. 진자운동을 여기서 실험했다고...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 유명인들─퀴리나 생택쥐페리 등의 묘를 마지막으로 보고 밖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별로 돌아다닌건 없는데 종아리가 퉁퉁 부어 팡테온 앞 계단에 앉아 휴식을 좀 취하다가 다시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팡테온 뒤에 위치한 생 테티엔 뒤 몽 교회St Etienne du Mont로 향했다.

 

 

 

사실 이 교회는 별로 흥미가 없었던 교회였는데, 가이드북을 뒤적이다가 라신Jean Racine의 유물이 보관되어있다 하길래 급 결정했던 곳이였다. 그래도 교양수업으로 프랑스 시, 문학 좀 들어서 라신에 대해 알고있다며 괜히 뭐라도 찾고싶어서...ㅎ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 여기가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드러눕던 그 계단이 있는 곳이란다!!!!!!

여행을 다녀온 후 영화를 봤기때문에, 그 계단을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ㅜㅜㅜ

 

 

교회의 내부. 내부가 아주 독특하다. 아까 보았던 생루이 앙 릴 교회보다 관광객도 많고...ㅎ

 

팡테온과 생 테티엔 뒤 몽 교회 관람을 마치고 소르본 대학을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대학을 뭘 보겠냠 식당&카페거리를 지나 내려가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미친듯이 들린다.

 

으읭?

 

그리고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헐? 분명 팡테온에 들어가기 전까진 한가했는데?

뭐야, 뭐야 하면서 메트로를 찾아 계속 걸어갔지만 도로가 통제되고 거리엔 사람들이 넘쳐나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런데 도로 저 끝에서 갑자기 트럭이 오더니 쿵쾅쿵쾅 가슴을 둥둥 울리는 음악과 함께 괴상한 차림을 한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나무 그늘에 서서 행렬을 지켜보았다.

 

 

무지개 색의 풍선들, 속옷만 입은 여자들, 해괴한 차람의 남자들, 코스프레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처음엔 너무 당황스럽고 놀라서 어리둥절 했지만 트럭이 지나갈 때 본 플랜카드 보고 이 행렬의 정체를 알게되었다.

 

'스탑 트랜스포비아'

이 축제의 이름은 La Marche des Fiertes in PARIS. 소위 게이퍼레이드였다.

 

 

 

20cm가 넘는 힐 신은 남자부터 옷을 입지않은 가슴에 GAY 100%라고 적은 남자, 핑크색으로 온몸을 치장한 여자들이 거리를 걷고 있었고, 트럭이 잠시 멈춰 노래를 더 크게 틀면 사람들이 하늘 위로 손을 흔들며 춤을 추고 맥주를 마시고 완전... 태어나서 처음보는 충격적인 퍼레이드였다.

 

내 옆에 있던 캐리어를 든 외국인 아저씨는 나에게 이런 광경 본적있냐며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나와 통성명을 하고 축제를 즐겼다. 1시간 가량을 한참을 웃고 떠들고 즐기다가 문득(!) 제정신을 차리고 내 갈길을 가기 뒤해 다시 메트로에 몸을 실었다.

 

여행 도중 만난─일부러 보지 않는 한 볼 수 없었던 경험이였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급하게 찍느라 초점이 흐리지만... 삭제할 수 없었던 사진

 

 

이건 폰으로 촬영한 영상. 아이폰이라 화질이 구리다.

 

 

 

광란의 퍼레이드를 뒤로 하고 다시 찾은 노트르담 광장에서 다시 파리에 올 수 있는 부적, 포앵제로를 밟았다.

 

 

이렇게 꾸욱 눌러본다.

나혼자 발셀카를 찍으니 옆에 있는 아주머니께서 찍어줄까 물었지만 괜찮다 사양했다. 제 얼굴이 워낙 못나서요...ㅎ

 

 

그리고 1년만에 다시 찾은 노트르담 대성당. 저번엔 오전에 와서 그런지 몰라도 유독 사람들이 많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시테 역에서 탄 메트로가 출발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눈치를 보면서 내리고 타고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불어로 안내되는 방송이 나자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길래 나도 따라내려 내 앞 커플을 따라 무작정 쫓아갔다. 짧은 다리로 긴다리 커플을 쫓아─본능적으로 이 사람들이 길을 알 것 같았다─다리도 건너고 발바닥이 부르트는 고통을 견디니 샤틀레Chatlet 역에 도착했다. 역시!

 

어제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고 무사히 민박에 도착한 뒤, 잠깐 동네 산책을 하고 내일 마드리드로 떠날 준비를 했다.

 

파리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 방문이지만 그만큼 볼 것도 많고 애정가는 곳이라 다음에 또 유럽에 오게된다면 다시 파리에 올지 모른다. 아니 유럽에 올 때마다 파리는 꼭 들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2박 3일의 파리 여행이 조금은 아쉬웠다.

 

일일 지출 내역

아벤느 미스트 €1.99

간식 및 물 €3.59

시티 파마시 €53.55(카)

 

* 본 여행기는 당시 일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