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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11 전라도

[2011 전라도여행] 5일차, 보성 녹차밭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LiiH 2014. 10. 6. 14:34

일정

 

 

[5일차/2011.07.27]

 

정겨운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낸 뒤, 조금 걸어나오면 보이는 정류장에서 보성역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한 20분 정도 기다리니 번호 없는 초록색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기사 아저씨께 보성역 가나요? 물어보고 버스에 오르니 헐?! 이른 아침인데도 버스가 만원이다. 그것도 승객 전부 할아버지 할머니들... 내가 버스에 오르는 순간 나에게 쏠리는 수십 개의 눈들...ㅎ 시...간이 좀 이르죠?ㅎㅎ

 

 

보성역에서 도착~! 역을 등지고 왼쪽을 보면 육교가 있는데,

 

 

물론 친절하게 안내 표시도 있다.

 

 

어쨌든 육교를 건너면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보성 녹차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육교에서 본 철로

 

버스정류장에는 약 10명가량의 젊은이들이 보성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자릴 잡고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렸지만 택시만 올 뿐 버스는 올 기미가 안 보였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4명에 4,000원을 외치며 흥정하니, 버스를 참지 못한 몇몇 일행들은 4명씩 짝을 지어 택시를 타고 차례로 떠났다.

 

이제 나 포함 5명밖에 안남은 버스 정류장... 나도 돈이 넘쳐나면(?) 택시를 탔겠건만, 아쉽게도 내 수중엔 3,700원의 현금밖에 없었다. 무조건 버스를 타 현금을 조금이라도 덜 써야 해서 이어폰을 꽂은 채 완전 마이웨이인 상태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리던 4명의 남자분들이 같이 택시를 타자고 해서─나눠서 1,600원─고민 끝에 5명이 택시에 올랐다. 앞자리를 양보해줘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4명의 남자분들의 배려로 택시 타고 대한다원에 도착! 무인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물 떨어지는 녹차밭에 입장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녹차밭은 한창 더 푸르고 축축하고 고요했다. 나무도 우거져서 수목원에 온 느낌. 눈이 시원하다.

 

 

대한다원은 우리나라 녹차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녹차밭으로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녹차밭이라기보다 그냥 숲 같다. 멀리서 보면 더더욱...

 

 

 

 

여긴 바다 전망대에 오르는 길. 그냥... 패스. 아침이라 등산하기가 싫다. 

 

 

대신에 중앙 전망대는 올랐다. 음... 밑에서 내려다보는 녹차밭은 멋지지만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녹차밭이 더 멋진 것 같다..

 

 

멀리서 본 것과 다르게 가까이 본 녹차잎은 작고 여리다.

 

 

 

 

 

녹차밭 관람을 마치고 전나무 길을 지나 녹차밭 입구에 있는 상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려고 했으나 너무 이른 아침에 와서 그런지 오픈한 곳이 없없다. 그래도 좀만 기다리니 한 곳이 오픈을 하길래 한걸음에 달려가 녹차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만드는 과정을 봐서... 별 기대 안 했던 녹차 아이스크림. 약간의 향이 첨가되었을 뿐이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대한대원을 빠져나와, 바로 보이는 굴다리를 지났다. 건너편에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보성역에 다시 도착, 해남으로 가기 위해 보성 시외버스 터미널로 걸어갔다. 지도 어플을 켜고 보성역에서 왼쪽으로 꺾으니 시장이 섰다. 

 

 

완전 시골장. 정겨운 냄새가 난다.

아침과는 다르게 뜨거운 햇빛을 한몸으로 받으며 걷고 또 걸으니 시장이 끝나갈 즈음... 미니스톱이 보이고 그 왼편에

 

 

버스 터미널이 있다.

 

당장 30분 후에 떠나는 버스가 있길래 매표소에 갔다. 해남 하나요~ 하고 신용카드를 내미는 순간 "현금만 가능합니다." 하는 직원.

헐. 신용카드 거절당했다ㅜㅜ

 

너무 급해서 동생에서 전화해서 돈 좀 꿔줘 했더니 막말 작렬ㅡㅡ(알고보니 그날 경기도는 물난리가 나서 아침부터 폭우가 내리는 중이였다.) 결국 편의점에 가서 거금 수수료 1,200원을 주고 2만 원을 인출했다.

 

그리고 급히 터미널에 달려갔으나 이미 버스는 떠난 상태. 결국 그다음 차를 끊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참, 그리고 보성 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신기한 광경을 보았는데, 온통 할아버지, 할버니뿐인 시골 터미널에서 외국인 여행객이 있었다. 어떻게 말도 안 통하는 이곳에 있는 걸까...?!

 

시간이 되자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 안에 있는 DMB 뉴스를 보는데, 헐~~ 완전 서울은 물난리다. 도시 곳곳에 물이 넘친 소식과 안타까운 인하대생들 사고 소식도 나왔다. 버스는 몇 시간을 달려 해남 시내외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몇 번 떨군 탓인지 그 전부터 SIM을 인식하지 못한 폰이 완전이 맛이 가버렸다. 급하게 해남 버스터미널 안에 있는 핸드폰 가게에 들어가 혹시 유심칩을 뺄 수 있냐고 물었으나 몇 차례 시도 끝에 실패... 감사하다고 나온 뒤, 폰 없이 여행을 하기로 했다.

 

버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땅끝마을 가는 버스 노선을 보기 위해 기웃기웃거리니 터미널 아저씨가 어디가냐고 묻는다. 땅끝마을이요! 했더니 노란 버스를 가리키며 빨리 타라고 한다. 버스가 머리를 틀어 나가려고 움직이는 순간 아슬아슬하게 붙잡아 탔다. 교통카드를 찍으니 4,000원이 찍힌다.

 

버스는 시골길을 신나게 달려 몇 개의 마을을 지나고 구불길도 지난다. 신기하게 갯벌과 해변도 지났는데 유명한 곳인지 승객 몇 명이 내린다. 버스는 또 다시 달려 산을 넘으니 드디어! 땅끝마을에 날 내려주었다.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

 

 

여행 중 처음 본 바다다. 마음이 트인다...

 

 

가방은 저편에 남겨두고 사진찍으러 간 주인...ㅎㅎ

 

 

계단을 따라 조금 오르면 모노레일을 타는 곳이 나온다.

땅끝전망대로 가기 위해 모노레일을 타기로 했다.

 

 

 

 

땅끝전망대 도착~ 별도의 요금이 있지만 요즘 빼빼로 값보다 싸다.

 

 

안은 별로 볼게 없지만

 

 

밖을 내다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

산과 바다는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그래도 바다 쪽이... 더 좋다.

 

 

 

땅끝 기념탑을 보기 위해 전망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니 조그맣게 '땅끝'이라고 적힌 비석이 보인다. 이건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

 

 

그리고 모노레일을 타지 않고 걸어 내려가 보기로 했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신나게 내려오다가, 무릎빠지는줄...ㅜㅜ

 

 

 

다시 해남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던 곳에서 쉬다가 1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카톡으로 해남 사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 답장을 한 뒤, 아직까지도 SIM 인식을 못 하는 똥멍청이 폰을 고치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올레 고객센터를 발견! 거기서 단 10초만에 고쳐주었다.

 

원래는 친구를 만나 놀다가 해남 찜질방에 가려고 했으나 감사하게도 친구 어머님이 집에 같이 가잔다. 그리고 대흥사에도 데려다 주셨다. 

대흥사 가는 길목에는 1박 2일에 나온 유선여관이 있는데, 너무 조그매서 그게 맞는지도 몰랐다ㅎ

 

 

원래는 대륜산에 오르고 싶었는데 왕복 5시간이라는 말에 포기... 대신에 대흥사에서 바라보았다. 멋있다.

 

 

 

대흥사는 규모가 크지만 산에 둘러쌓여 있어서 그런지 조용하고 더 운치있다.

 

친구와 경내를 걸으며 구경을 하고 오늘 하루 일정을 마치니, 어머님께서 저녁밥을 사주시겠다고 해남 닭요리 마을(?)에 있는 장수통닭에 데리고 가 주셨다. 닭똥집 회부터 닭불고기, 백숙, 녹두죽 등 닭요리를 풀코스로 즐긴 뒤, 친구 집에서 잠시 쉬다가, 밤에 다시 나와 진도대교 울돌목으로 갔다.

 

울돌목은 명량해협으로 불리는 곳으로 영화 '명량'에서 나온 그 명량으로 유명하다.

뭐, 글로만, 말로만 들으면 알 수 없지만 직접 보니 왜 이순신 장군이 이쪽에서 왜군을 격파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밤을 뚫고 들리는 파도 소리와 빠른 속도로 회오리치는 물결이 워낙 세서─그 밤에 육안으로도 확인이 된다─무서울 정도로 생생하다. 친구가 이곳에서 자살하면 시체를 찾을 수 없다고ㅜㅜ

 

어쨌든 울돌목에서 오늘 하루를 완전히 마무리하고 친구 집에서 하루밤 묵기로 했다.

 

참, 해남의 밤 하늘은 별이 빛나는 밤... 이다. 그만큼 하늘이 맑다.

 

일일 지출 내역

택시비 1,000원

대한다원 입장료 2,000원

녹차 아이스크림 1,500원

빼빼로 700원

보성-해남 고속버스비 6,400원

모노레일 3,000원

전망대 입장료 1,000원

인출 수수료 1,200원

미니스톱 2.100원(카)

 

* 본 여행기는 당시 일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