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onderful day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나의 여행 이야기

국내 여행/2011 전라도

[2011 전라도여행] 1일차, 전주비빔밥과 사방치기

LiiH 2014. 9. 27. 18:13

일정

 

 

[1일차/2011.07.23]

 

22일 오후에 내일로 티켓을 발권하고 오전 7시 22분 전주행 기차를 타기로 했다.

 

 

코레일톡 어플을 통해 발권한 내일로 티켓! 간편하게 아이폰에 넣어다닐 수 있다.

 

23일 새벽 5시 반에 기상해 이것저것 마무리 준비하고 자고있는 가족들에게 인사를 한 뒤, 수원역으로 출발했다.

 

너무 늦게 나온 탓일까...아님 시내버스가 느릿느릿 늑장을 부린걸까... 간신히 7시 17분에 역에 도착했고 부랴부랴 기차를 타는 홀로 고고씽~

하지만 기차를 어디서 타는 줄 몰라서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곤─바로 옆이였다─후다닥 플랫폼으로 가니, 다행스럽게도 기차는 아직 오지않았다.

 

기차를 타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18년 전, 우리집에 자동차가 생긴 이후로 한번도 기차를 탄 적이 없다. 시골에 내려갈 땐 기차를 이용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도 그 전에 탔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나는데, 승무원이 카트를 밀며 돌아다닐 땐 엄마를 졸라서 빙그레 바나나 우유나 비엔나 소세지를 사 먹었던 일은 모두 추억이 되어버렸다.

 

몇 분 뒤, 기차가 도착했고 가장 끝에 있는 칸에 올라탔다. 헐~ 수원역은 첫 출발역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 아님 토요일&휴가철이라 그런 걸까. 뭐 둘 다 해당되겠지만 기차는 완전 만석! 내일로 티켓은 자유석에만 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화장실칸 구석에 서 있었다.

 

 

 

짐을 놓을 수 있도록 마련해 둔 곳에서 쇠봉을 붙잡고 1시간 넘게 창 밖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전주까지는 너무 멀어서 결국 객실로 들어가 제일 뒷편 콘센트 있는 곳에 서서 가기로 했다.

 

아참, 그 화장실 칸에는 접이식 자전거와 하얀 스티로폼 박스가 얹어진 핸드카트가 있었는데, 내가 그 자리를 떠난 이후로 많은 학생들이 그 화장실 칸에 모여있었다. 그런데 한창 가는 도중 어떤 할머니가 화장실 칸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게 아닌가.

슬며시 이어폰을 빼보니 여자아이를 혼내는 것 같았다. 할머니가 갖고 온 스티로폼 박스를 건드렸다나 뭐라나. 그리고 어떤 아주머니를 때렸다고... 어쨌든 약간의 소동이 일어나고 할머니가 그 핸드 카트를 다른 곳으로 끌고가는 걸로 기차는 다시 조용해졌다.

 

기차는 한참을 더 달려 10시 반 쯤 전주역에 도착했다. 와, 역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괜히 전주에 왔나 싶을 정도로 붐비는 역에서 ⓘ로 찾아가 지도를 받고 79번 버스─전주 교도소 방면, 전동 성당 하차─를 타러 밖으로 나갔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3~4명뿐이였는데, 의자에 앉아있는 아저씨가 바로 전에 버스 한 대가 갔다며 다음꺼를 기다리란다. 정보에도 전동 성당 가는 버스는 1시간에 1대라 했는데,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10시 36분에 한 대가 떠났고 그 다음이 11시였다. 가만히 버스를 기다리려니, 내 뒤에 줄 서있는 아이들이 꿍시렁대며 기사 아저씨 뭐하냐며 돈 많이 벌 텐데 왜 안오냐고ㅎㅎ

 

제 시간이 되어서야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고, 20분을 달려 전동 성당 정류장에 도착했다.

 

 

작고 소박한 전동 성당.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라고 한다.

 

 

 

내부의 서늘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성당을 둘러보고 그 주변에 있는 경기전慶基殿으로 고고씽~

 

 

들어가기 전, 입구에 있는 하마비下馬碑

말 그대로 이 앞을 지나갈 때에는 누구든지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새긴 비석이다.

 

 

 

경기전은 교과서 조선 파트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요 그림─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곳으로 유명하다. (통일부 블로그 출처)

참, 지금은 입장료를 받는 것 같던데 당시에는 무료 입장이였다.

 

 

 

 

관광객도 갈 수 없는 신도... 왜 막아둔걸까? 괜시리 궁금.

 

태풍이 오는 날에 가서 그런가... 공기는 축축했고 나무와 풀들은 무성했다.

 

 

전주사고史庫

 

 

한옥마을 거리

한옥마을 답게 패밀리마트와 파리바게트에서 한옥 냄새가 물씬난다.

 

 

그 담으로 간 곳은 전주 공예품 전시관~ 한지 등으로 만든 공예품을 전시해놓았다.

 

 

한지로 만든 인형!ㅎㅎ 

 

 

전시의 일부분일까.

 

 

 

전시관을 나오니 김형철 할아버지의 앙증맞은 지게가 보인다.

 

 

길을 따라 쭉쭉 걸으면 전주한옥마을을 새긴 돌과

 

 

오목대梧木臺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천천히 산책 삼아 올라가면

 

 

 

짠~ 오목대 도착

 

 

 

내려가는 길에 포토 스팟에서 찍은 한옥마을 전경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전주향교로 가는 도중 소나기가 내린다.

 

 

향교는 고려와 조선시대 때 지방 사람들의 교화를 목적으로 세운 교육기관으로 사림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그래서 전주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향교가 있는데...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볼만 하다.

 

 

 

비가 와서 그런가? 풀들이 한층 더 푸르다.

 

 

전주향교까지 다 보니 하루종일 매고있었던 배낭이 너무 무거웠다ㅜㅜ 그리고 시간을 보니 헐~ 벌써 2시!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전주에 왔으니 전주비빔밥을 먹어보자며 한옥마을에 위치한 갑기원으로 가 익힌 고기 비빔밥을 주문했다.

 

 

이게 한상차림... 반찬 가짓수가 많고 정갈하다. 이렇게 보니 비빔밥의 색깔은 참 고운듯...ㅎ

 

 

전주 사람들은 전주비빔밥을 사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반찬도 다 먹고싶었지만 조금씩 맛보는 걸로 충분.

참, 반찬으로 나온 꽈리고추가 너무 매웠던...ㅎ

 

점심을 다 먹고 못 돌아본 한옥마을의 거리를 걸었다. 전주 한옥마을은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또 뭐랄까... 단정했다. 고풍스런 한옥과 노점상들 그리고 가게들이 조화를 잘 이루었고 거리도 예쁘고 깔끔해서 기분 좋아지는 곳.

 

 

 

 

정말 오랜만에 본 땅따먹기(원래는 사방치기라 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한발로 폴짝폴짝 뛰어보았다.

 

옛날─이라고 해봤자 20년 전에 살던 아파트 현관이 사진 속 바닥처럼 울퉁불퉁하고 직사각형이여서 벽돌을 주워 와 땅따먹기를 그려 놀곤 했다. 우선 아무 돌맹이나 집어 1번에 던지고 1번 땅은 밟지 않고 한발(깽깽이) 또는 양발 뛰기를 해 8번까지 간 뒤 다시 되돌아와 돌맹이를 줍는다. 그리고 앞의 규칙대로 2~8번에 돌을 던져 땅을 밟은 뒤, 8번까지 다 마치면, 돌을 쥔 채 모든 땅을 밟고 하늘로 가 뒤돈 채로 돌맹이를 던진다. 돌맹이가 떨어진 곳은 자기 땅으로 삼고, 다시 1번부터 돌을 던져 되풀이 하는 게임이였는데 하루에도 몇번씩 매일매일 했었던 단골 게임이였다. 어렸을 땐 중심 잡는게 어려워 한발로 뛰다가 금도 밟고 넘어지기도 해서 꽤 스릴있었던 게임이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요즘 아이들은 땅따먹기 자체를 안하는 것 같지만 그 당시엔 정말 최고의 놀이였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땅따먹기 외에도 그네를 엮어 타는 바이킹 놀이나 네잎클로버 찾기 놀이, 클로버 꽃으로 왕관 만드는 놀이를 자주했었다. 그땐 컴퓨터, 스마트폰, 닌텐도가 유행하지 않던 시기인데다 게임이라고 해봤자 팩 게임이 전부였는데 우리집엔 그것도 없어서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식 놀이가 나에겐 전부였다. 이젠 그마저도 다 사라져 흔적도 없어졌지만...

 

잊혀진 내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니... 문득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웠다.

 

 

전주 한옥마을 구경을 마치고 나니 하루종일 배낭을 맨 어깨가 몹시 아팠다. 잠시 쉴 곳이 없나 싶어서 돌아다니다 공짜 와이파이─우리나라는 이게 좋다─를 쓸 수 있는 마루를 발견! 그곳에 앉아서 쉬면서 잠잘 곳을 검색했다.

 

처음엔 찜질방에 가고싶지 않아서 게스트하우스도 검색하고─예약이 아니면 안 된다─모텔도 고민하다가 결국 한옥마을 주변에 있는 한옥스파로 가 휴식을 취했다.

 

그러고보니 느긋하게 하는 내 여행스타일에 맞춰 아침부터 오후까지 쭈욱 한옥마을에만 있었지만, 한옥마을이 그렇게 큰편이 아니여서 그럴 필요까진 없었던 것 같다.

79번 버스를 기다릴 때도 꿍시렁 거린 여자아이가 한옥마을 구경하고 바로 기차타고 가야 한다고 했으니까... 대부분 사람들이 짧게 한옥마을을 보고 다른 곳으로 빠지는 것 같다. 나도 전주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갔으면 이렇게 널널하게 여행하진 않았을텐데ㅎㅎ

 

일일 지출 내역

음료수 1,400원

한옥스파 7,000원

갑기원 10,000원(카)

 

* 본 여행기는 당시의 일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