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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유럽

[2011 유럽 여행] 16일 차,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고흐를 만나다

LiiH 2014. 8. 27. 23:12

일정

 

 

[16일차/2011.05.26]

 

오늘은 고흐가 마지막 여생을 보낸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 sur Oise에 가기로 했는데, 당일 아침에 즉석 동행이 생기는 바람에 10시쯤에 출발했다.

 

 

우선 라데팡스 역에서 생투앙Saint ouen 역까지 지하철로 간 뒤, 오베르 행 트랑지리엥Transilien H선 기차를 잠시 기다렸다. 내 1-6존 나비고는 추가요금 없이 가능해서 너무나 좋았다ㅎㅎ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5존에 위치해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도착!

오베르는 고흐가 죽기 70일 전에 살았던 조그만한 마을로 이 곳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역 주변에 있는 카페

이 카페를 기준으로 오른쪽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헌데 아무리 걸어도 일반 가정집들 밖에 안보이길래 지도 어플을 키고 주변을 살펴보니 공동묘지가 있다. 얼른 지도를 따라가보았다.

 

 

 

가는 도중에 만난 고흐의 작품─<우아즈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풍경Landscape with bridge across the Oise>

날이 좋을 때 가서 그런가... 풀이 우거져서 강을 내다볼 수가 없었다ㅜㅜ

 

 

 

음... 무슨 꽃인지 모르겠지만 색깔이 강렬하다.

 

 

 

드디어 오베르 공동묘지에 도착~

날은 흐리지만 구름이 멋졌다. 일행과 함께 쭉- 둘러보다가 어느 구석에서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도르의 무덤을 발견했다.

 

 

 

오베르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그와 그의 동생의 묘는 다른 묘지에 비해 작고 소박했다. 문득 그를 위해 꽃다발을 들고 올껄...하고 후회했다.

 

 

 

12살 미술시간 때, 담임 선생님이 여러 그림을 보여 주면서 이 중 한가지를 골라 그림을 따라 그려보자고 했다. 여러가지 명화들 사이에서 한 그림에 눈이 갔다. 파랗고 짙은 소용돌이 치는 하늘에 검붉은 불 그리고 노랗게 진 달무리와 별들. 너무나 아름다운 밤 하늘 그림이였다. 그 때 처음으로 '고흐'란 화가를 알게되었고 그의 그림에 빠져들었다. 어렸기 때문에 유화로 그릴 순 없어서 그 대신에 촛불을 켜고 크레파스를 그 불에 녹여 찍듯이 <별이 빛나는 밤>을 따라 그렸다. 가끔 크레파스가 타 쾌쾌한 냄새를 냈지만 도화지에 그의 그림을 채워갈 때마다 뿌듯했고 즐거웠다.

 

그림을 따라그리면서 자연스레 아름다운 밤 하늘을 그리는 고흐란 화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각종 미술책을 뒤적거리며 그를 찾았는데... 그는 그의 아름다운 밤 하늘만큼 아름다운 인생을 살지 못한 사람이란걸 알게되었다. 어린 12살 소녀가 본 고흐는 그저 안타깝고 불쌍한 사람이였다.

 

그래서일까... 고흐의 처절했던 삶이 한편으로는 그 삶이 녹아난 작품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고흐는 그때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되었다. 그래서 언젠간 그의 흔적을, 그림을 모두 쫓고 싶었는데, 이번 여행 도중 좋은 기회로 오베르에 오게 된 것이다.

 

그의 삶을, 그의 그림을 알고있기에 그와 동생의 무덤을 보고있자니 괜시리 눈물이 날뻔했다. 외로웠던 그의 인생을 채워줄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면서 찾아와 줄거라고...  

 

 

공동묘지를 나와 주변을 걷다보니 아직 여물지않은 밀 밭이 보인다.

 

 

 

 

 

저 멀리 고흐가 보인다.

 

 

 

<까마귀가 있는 밀밭Wheatfield with Crows>

 

 

푸른 밀밭이라 분위기가 나지 않지만 시야가 탁 트여서 눈이 시원했다.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둥근 시계와 뾰족한 지붕을 가진 오베르 교회가 보인다.

 

 

 

소박하고 조용한 오베르 교회

그런데 나이 든 사람들이 꽃을 들고 교회 주변에 모여있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교회L'église d'Auvers-sur-Oise>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엄숙한 분위기에 꽃다발이 잔뜩 놓여있었다. 안에 마을 주민들도 있어서 내부 사진은 촬영하지 않고 눈으로만 둘러보고 나오니... 교회 앞에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추모식? 아님 결혼식이라도 열린걸까...

 

 

샤를 프란치스코 도비니 상

 

교회를 끝으로 다시 역 앞 카페로 되돌아왔다. 잠깐 기차역에 들려서 파리로 가는 기차 시간을 물어보고 다시 카페의 왼쪽으로 걸으니 고흐 공원 표지판이 보인다.

 

 

고흐 공원 안내 표지판

 

 

 

고흐 동상

 

 

아흐... 왠지 동상이 너무 쓸쓸해 보였다...ㅜㅜ 특히 공원이 모래 바닥인데다가 차가운 바람까지 불으니 을씨년스러워...ㅜㅜ

 

잠깐 공원에 앉아있다가 추위를 못이기고 ⓘ를 찾기로 했다.

그러다 길 왼쪽에서 발견한 오베르 시청

 

 

 

<오베르의 시청The Town Hall at Auvers>

 

 

그림 속 시청이 실물과 똑같다.

 

ⓘ를 찾아 마을 동네로 들어가니, 골목에 고흐 그림이 또 나온다.

 

 

 

<아들린느 라부의 초상Portret Adeline Ravoux>

라부 여관의 딸을 그린 그림이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매표소와 레스토랑이 나왔다. 일행이 다가가 여차여차 물어보니 고흐의 방 입장권을 판매한단다. 티켓은 고흐의 방 또는 고흐의 방 + 오베르 성 두 종류가 있는데 오베르 성은 패스하고 고흐의 방만 가기로 했다.

 

 

입장권

 

 

레스토랑 위로 올라가면 고흐의 방에 갈 수 있다.

 

 

와인병 꽂이(?)

 

 

계단을 오르면 고흐가 진열된 작은 기념품 샵이 나오는데 그곳에 티켓을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방에 가기 전에 영상을 볼꺼냐고 묻는데 OK하니 오두컴컴한 영상실에서 5분 가량의 고흐와 오베르에 관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고흐의 방으로 고고씽~ 내부는 사진 촬영 불가...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엄청 좁은 방에 갈색 나무 의자 하나가 쓸쓸하게 놓여있다. 순간 아... 이 초라한 방 입장료가 €6... 하면서도 고흐가 죽을 때까지 있었던 방이니까. 의의를 두기로 했다.

 

좁은 고흐 방 관람을 마치고 ⓘ로 가 한국어로 된 B4 안내지를 구입한 후, 피크닉 벤치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식사를 했다. 참, 관광안내소에서 오리고기 그림이 있었는데 먹고 싶었지만 이미 사온 음식이 있었으므로 패스...

 

 

요건 유료 말고 무료 안내 지도

 

 

 

 

<오베르의 계단Stairway at Auvers>

우연히도 노부부가 딱 그 지점에 서 있다.

 

 

 

고흐의 방이 있던 라부 여관Auberge Ravoux

고흐가 마지막 생을 마감했던 곳이다.

 

시간을 보니 벌써 4시 30분... 기차가 4시 43분에 있다고 하니 더 이상 오베르를 구경할 시간이 없었다. 안내도를 보니 도비니의 집이나 가셰 박사의 집, 그 외 곳곳에 많은 고흐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시간 부족으로 오베르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나중에 고흐의 흔적을 쫓아 유럽으로 오게 된다면 다시 들릴게요...

 

 

기차역으로 가는 길, 해바라기와 달무리가 그려진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역

 

파리로 돌아오는데 너무 피곤해서 오르세 미술관은 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 몽쥬약국 만큼 유명한 시티 파마시에 들려 유리아쥬 립밤 14개와 미스트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하루 마감은 민박 동행분들과 함께 고기파티로~

 

일일 지출 내역

샌드위치 €2.8

라부 여관 고흐의 방 €6

관광 안내 지도 €0.5

시티 파마시 €45.86(카)

 

* 본 여행기는 당시 일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 본문의 지도는 소장하고 있는 것을 스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