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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유럽

[2011 유럽 여행] 14일 차, 파리에서 만난 나의 로망, 에펠탑

LiiH 2014. 8. 22. 18:07

일정

 

 

[14일차/2011.05.24]

 

호스텔 습관이 나와서, 결심했던 시간보다 느지막이 일어나 시리얼로 아침을 때웠다. 9시 30분쯤에 민박을 나와 라데팡스 역으로 가기 위해 시내 버스를 탔는데,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등을 바짝 세우고 주변을 경계했다.

 

무사히(?) 정거장에 도착하자, 지하철 노선도를 받으러 역에 있는 ⓘ에 가는데, 열심히 underground, tube라고 말하면서 손짓발짓했는데 못 알아듣고 나중에서야 metro? 라고 하면서 맵을 주었다.

 

 

파리에서의  첫 일정은 로댕 미술관Musee Rodin!

메트로를 타고 바렌Varenne 역으로 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느긋이 미술관에 갔는데, 헐~ 많은 사람이 줄 서 있었다. 내 게으름에 깊이 반성하며 줄을 섰는데, 다행히 약 15분 정도 기다리니 줄이 금방 빠지더라. 매표소에 가 뮤지엄 패스 살 수 있냐고 물으면서 손가락 네 개를 펴니, "4days?" 하면서 빨간 배경에 모나리자가 웃고 있는 조그마한 책자를 주었다. 직원이 오늘 날짜를 적고 그 밑에 내 이름을 적으니 뮤지엄 패스 개시! 이제부터 4일간 신나게 파리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경할 수 있다.

 

 

 

 

매표소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정원. 장미가 만발하다.

 

 

미술관 입구 오른쪽 정원에 너무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생각하는 사람>은 원래 로댕의 또 다른 작품 <지옥의 문>에서 따로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온 조각으로, 고뇌하는 시인 단테를 염두에 두어 제작했다고 한다. 그를 보고 있자니 생뚱맞게 노래 한 소절이 떠오른다. 고민 고민 하지마~

 

 

그리고 <생각하는 사람> 반대편 정원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상징 <칼레의 시민>이 있다. <칼레의 시민>은 백년전쟁 때 포로가 된 칼레를 위해 나선 시장과 시민 5명의 희생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라 한다. 특히 인물들의 표정에서 공포나 고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다른 조각상과는 달리 인물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옥의 문>

정말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단테의 <신곡>에 영향을 받아 이 문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식이 짧아 <생각하는 사람>밖에 못 알아보겠다.

 

 

크기가 정말 압도적이다. 의미를 떠나서 정말 화려하다.

 

 

<세 망령>. <지옥의 문> 제일 꼭대기에 있는 작품을 따로 떼어놓았다. 아담의 모습을 세 번 복제하여 배치만 다르게 했다고 한다.

 

 

 

<키스>

 

앞 정원(?)을 구경하고 미술관 실내로 들어와 로댕의 다른 작품들도 구경했다. 총 2층으로 되어 있는 미술관에는 로댕의 작품뿐만아니라 그의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실내에서 바라본 정원의 모습

 

 

 

 

<우골리노>

 

미술관 뒷편에 있는 정원은 앞쪽보다 훨씬 크고 잘 꾸며져 있어서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였다. 마침 날도 좋아서 굿~

 

다만 아쉬운 건, 내가 단테의 <신곡>을 읽지 않아서 작품을 이해하는 데 힘들었다는 점이다. 로댕의 유명한 작품들은 모두 <지옥의 문> 또는 <신곡>과 많은 연결성이 있어서 <신곡>을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작품이 많았다. '공부를 하고 갈걸' 하는 약간의 후회도 있었지만 작품만큼 멋진 정원을 볼 수 있었다.

 

 

로댕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앵발리드Hotel des Invalides에 가기로 했다. 

미술관을 빠져나오니, 앵발리드 방향으로 나보다 앞서가던 노부부가 있길래 몰래(?) 따라갔다. 앵발리드에 다다르자, 입구가 아닌 곳에서 노부부가 경찰에게 뭐라뭐라 얘기하더니 슝 들어가길래 나도 덩달아 들어갔다. 그때 할머니께서 날 보더니 싱긋 웃으시더라. 같이 웃긴 했는데 뒤를 따라오는 걸 눈치채셨나 보다.

 

 

앵발리드의 높은 황금 첨탑과 돔

 

 

앵발리드는 교회와 군사 박물관 등이 합쳐진 곳으로,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돔에 그려진 천장 그림이 인상적이다.

 

 

 

조세핀 나폴레옹의 관

 

 

앵발리드 교회의 모형

 

 

나폴레옹 2세의 묘

 

 

나폴레옹 1세의 관이다.

루브르에 있는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에는 나폴레옹 1세가 조세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그 그림의 주인공들을 만난다는 건 정말 의미있는 일이다.

 

 

교회와 지하 묘지를 둘러보고 나오면 요렇게 프랑스스러운 건물이 나오는데 이게 바로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이다.

 

 

그 내부에 가면 각종 갑옷과 무기, 대포 등 군사 관련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엄청 흥미있는 건 아니라서 가볍게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왔다.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에펠탑을 보기 위해 샹 드 마르스 공원으로 향했다. 런던에서는 먹통이었던 지도 어플 Direct U가 파리에서는 쌩쌩 잘 돌아가서, 지도를 따라 큰 길이 아닌 좁은 골목길을 따라 공원을 찾아갔다.

걷는 도중 내 앞을 가던 사람이 빵집에 들어가길래 순간 혹해서 따라 들어갔다가 점심으로 먹을 바게트 샌드위치도 샀다. 신기하게도 빵을 고르니 뜨거운 프레스기로 구워주더라. 받아 드니 완전 뜨끈뜨끈.

 

 

드디어 도착한 샹 드 마르스Champ de Mars 공원.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인다.

 

 

벤치에 앉아 에펠탑을 바라보면서 아까 산 치킨 바게트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웠다.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

 

사실 에펠탑은 내 로망이였다.

중학생 때, 사회 선생님이 A4 용지에 가고싶은 도시를 간단한 설명과 그림을 덧붙여 수행평가로 제출하라고 했다. 그때 난 파리 에펠탑과 와인을 그려, 프랑스에 대해 조사해서 제출한 적이 있었다. 파리에서 살다 온 또는 유럽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 때문이었을까. 그들이 부러워서, 세계사가 좋아서─유럽을 간다면 파리를, 에펠탑을 꼭 한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10년 뒤, 그 소원을 이루었다.

 

 

모파상에게는 꼴도 보기 싫었던 철골탑은,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멋졌다.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좀더 가까이 다가가 에펠탑을 담아보았다.

외국인이 나에게 다다가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부탁하길래 찍어주기도 하면서.

 

 

 

에펠탑 내부로 올라가기 위해 매표소로 갔으나, 엄청 많은 사람을 보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충 보아도 1~2시간은 기다려야 할 만큼 사람들이 똬리를 틀고 줄을 서고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샤요궁Palais de Chaillot으로 갔다. 나중에 꼭 다시 찾아오기로 약속하고.

 

 

샤요궁으로 가기 위해 이에나 다리Pont d' Iena를 건너야 한다.

 

 

쌩뚱맞은 회전목마

 

 

바토 파리지앵 승선장

 

 

샤요궁

 

 

샤요궁에서 보는 에펠탑은 정말 멋지다. 그리고 포토 스팟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에펠탑 밑으로 많은 사람이 보인다. 저게 다 입장을 위한 줄.

 

 

에펠탑을 마지막으로 오늘 일정이 끝나 버렸다. 너무 널널하게 잡은 걸까. 세느강을 따라 걸으면서 다음은 어디를 갈까 고민을 했다. 가져온 가이드북을 뒤적뒤벅거리니 알마 다리Pont de l'Alma 주변에 박물관이 있다! 

 

세느강을 따라 알마 다리까지 걸었는데 박물관 입구가 너무 작고 안 보여서 첨엔 긴가민가했다. 가이드북을 펼쳐 매표소 아저씨께 보여주면서 여기가 맞냐고 물어보니 "Yes!" 뮤지엄 패스로 슝 입장했다.

 

 

짠~ 이색 박물관─파리 하수구 박물관Paris Sewers Museum이다.

 

 

다른 박물관과는 다르게 나선형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직원에게 안내도를 받고 본격적으로 관광을 시작했다. 박물관 내부는 실제 하수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둡침침하고 퀴퀴했다.

 

 

하수구 쥐

 

 

 

복잡한 하수구 내부

 

 

짧게 촬영한 동영상인데, 하수구로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면서 찜찜하다ㅋㅋ

 

 

 

 

 

유럽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수구의 역사. 유럽 사람들은 거리에 넘쳐나던 오물을 하수구를 만듦으로써 해결했다.

 

파리 하수구 박물관 가장 직접적이고─나폴레옹보다─인간적인 곳이었고, 곳곳에서 요상한 냄새가 났지만 너무 즐거운 관람이었다. 한국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

더러운(?) 역사의 현장을 뒤로하고 또다시 세느강을 따라 걷다가 도착한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

미술관에서 특별 전시가 많이 열렸지만 뮤지엄 패스는 일반 전시만 관람 가능해서 약간 둘러보았는데 역시나.

내가 현대 미술을 어찌 이해하리오~ 전시물 앞에 있는 의자에서 쉬다가 나왔다. 근현대 미술관=쉬는 곳

 

 

 

일찍 일정을 마치고─저녁 밥을 먹으러─천천히 메트로 역까지 걸어가면서 분위기를 즐겼다.

 

 

 

어제와 같은 멤버로 저녁을 먹다가, '에펠탑에 사람이 많아서 못 올라가 봤어요~'라고 투정을 부렸더니, 한 할머니께서 '우리도 갔을 때 사람이 엄청 많아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 틈 사이로 몰래 들어가 줄 섰어, 호호. 에펠탑 꼭대기까지 올라갔는데 멋있는 거보다 무섭더라.' 하셨다. 하하.

 

일일 지출 내역

뮤지엄 패스 4일권 €50

치킨 바게트 샌드위치 €4.5

기념 엽서 €1

 

* 본 여행기는 당시 일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 본문의 지도는 소장하고 있는 것을 스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