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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유럽

[2011 유럽 여행] 15일 차, 푸른 하늘 5월의 베르사유 궁전

LiiH 2014. 8. 25. 21:06

일정

 

 

[15일차/2011.05.25]

 

 

일찍 출발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아침도 못 먹고 정신도 멍한 상태로 나왔는데, 무심코 본 하늘이 너무 파래서 내 기분도 상쾌해졌다.

 

베르사유 궁전Chateau de Versailles는 RER C에 위치하고 있어서 우선 포르트 마이요Porte Maillot 역까지 갔다. 그리고 RER로 갈아타기 위해서 열심히 전광판을 봤지만 베르사유로 가는 RER이 뜨지 않는다. 전부 다 이상한 방향. 30분간 이리저리 헤매다가 이대론 베르사유에 못 갈것 같아서 내 옆에 있는 여성분에게 베르사유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냐고 물어봤다. 잠시 내 노선도를 본 여자가 샹 드 마르스 에펠탑 역으로 가서 갈아타란다.

 

여차여차 에펠탑 역까지 가서 RER C5를 타고 베르사유에 도착! 그때가 한 9시 30분쯤이였을까. 정말 많은 사람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뭐, 뮤지엄 패스가 있어도 줄을 서야 하니까.

 

 

 

입구부터 화려하다.

 

 

 

 

 

 

 

베르사유 궁전 지도와 오디오 가이드를 받고 본격적으로 내부 구경을 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여유 있게 볼 수 없었고 반강제로 모든 방을 등 떠밀려 볼 수밖에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왕실 예배당

 

 

조각상이 늘어선 복도의 모습

 

 

 

이 방을 지나면

 

 

헤라클레스의 방에 도착한다.

천장과 벽에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헤라클레스의 방 분위기. 천장화나 벽화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동영상으로 대체.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쓴 헤라클레스의 난로

 

그다음은 풍요의 방, 비너스의 방, 다이아나의 방 등 각종 그리스 신들의 방과 전쟁의 방, 거울의 방, 평화의 방 등으로 이어지는데, 그 수가 너무 많고 사진도 엉망이라 몇 개만 추려보면

 

 

루이 14세의 상

 

 

화려한 의자.

의자뿐만 아니라 궁 내부에 있는 모든 것이 반짝반짝 으리으리하다. 정말 '화려함'의 그 자체.

 

 

 

전쟁의 방

 

 

유명한 거울의 방

그 유명세만큼 너무나 멋진 방이였다. 궁전 내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여왕의 방의 화려한 침실

 

 

태피스트리

 

어느 궁전을 가든 내부는 네게 큰 흥미를 주지 않지만 태피스트리만큼은 예외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커다란 천이 너무 매력적이다.

 

 

 

어제 만났던 나폴레옹 1세와 조세핀. 루브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베르사유 궁 안에도 있었다. 뭐지?

 

 

 

많은 인파를 헤치고 오디오 가이드를 듣느라 너무 지쳐 버렸다. 처음엔 우와~ 했지만, 계속 몇 개의 방을 지나치다 보니 그 감흥도 떨어지는. 하지만 그 내부는 진짜X10 화려했고, 당시 절대왕정의 상징이었던 루이 14세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루이 14세의 과시도 물론.

 

그래도 뭐랄까.

역사 수업 시간 때, '그 당시 루이 14세는 대단했어요', '베르사유는 화려했어요' 라고 배워도 그 느낌을 느끼거나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직접 온몸으로 느끼니 당시의 프랑스는 얼마나 대단했는지 깨달을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찼다.

 

 

눈부신 방을 구경하고 나오니 시야가 확 트인다.

 

 

너무 좋은 날씨에 계절도 굿굿~ 5월에 오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든다.

 

 

간이 화장실?

 

 

 

조그만한 정원

 

 

 

 

대학교 3학년 때였나. 교양 과목으로 <프랑스 문학과 예술>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나에게 유리한 과목을 대부분 교양으로 들었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였다. 하필 3학년 전공으로 <근대 유럽 사회의 형성>과 겹치게 되면서 교양 레포트 주제를 루이 14세로 잡고 영화 한 편을 봤다. 바로 <왕의 춤(The King Is Dancing, 2000)>

 

나오는 인물은 루이 14세와 륄리와 몰리에르. 이 세 인물의 사랑과 대립을 통해 어떻게 해서 루이 14세가 태양왕이라는 칭호를 갖게 했는지 음악과 춤을 통해 보여준다. 그중 여러 장면들 속에서 젊은 루이 14세가 측근들을 데리고 베르사유로 오는 장면이 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는 습지 지대였던 베르사유를, 루이 14세가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프랑스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궁전을 짓는다. 누구보다 화려하고 누구보다 큰 궁전을 말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베르사유 궁전이다.

 

그리고 화려한 궁전만큼이나 드넓은 정원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대운하가 장관인데, 아마 그곳이 베스트가 아닐까 싶다.

 

 

 

분수대

 

 

저 멀리 대운하가 보인다.

 

 

※포토샵으로 만든거 아님

진짜 하늘. 엄청 파랗고 구름이 없다. 지금 봐도 싱기방기.

 

 

수마를 이끄는 포세이돈?

 

 

저 멀리 궁전이 보인다. 모래밭이라 걸으면 먼지가 풀풀

 

 

 

이건 뭐, 정원이 아니라 그냥 숲

 

 

대운하에서 보트를 탈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사실 한국에서 베르사유 자전거를 타기 위해 벼락 치기로 연습해왔다. 살면서 자전거라곤 5살짜리용 세발자전거밖에 안 타봤는데, 여행 오기 한 달 전부터 급하게 자전거를 배운 것이다.

대운하는 엄청 크고 넓어서 걸으면 2~3시간 걸리는 데 비해, 자전거를 타면 1시간 정도로 시원하게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벼락치기로 중심만 잡을 정도로만─핸들은 꺾을 수 있어도 내리막길은 갈 줄 모른다─배워서 온 것이다. 이제 그 솜씨를 뽐낼 때가 왔다.

 

여권을 맡기고─사본은 안 받는다─자전거 한 대를 대여했다. 그런데 플랫 슈즈 때문인지, 내 몹쓸 실력 때문인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발이 미끄러지더라. 내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는지 외국인 아주머니께서 밀어주어서 어찌어찌 탔는데 얼마 못 가 체인이 훌렁 빠졌다.

다시 대여소로 돌아가 아저씨께 체인 빠졌다고 하고 새 자전거로 바꾼 뒤, 숲 길을 신나게 달렸다.

 

산들바람도 불고 구름 없는 하늘엔 햇빛이 쨍쨍. 너무 기분 좋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탔다. 베르사유 이후로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대운하 끝지점에서 본 궁전. 저~~~ 멀리 있다. 요건 카메라를 최대한으로 줌 한 것

 

 

이건 그냥 찍었을 때

 

 

바람 소리가 적나라한 베르사유 대운하 풍경

 

 

내 자전거. 한시간 넘게 고생했어.

아 참, 대운하를 돌 때 오르막과 내리막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갔다. 무서웠어.

 

 

신났던 대운하 관람을 마치고 자전거를 반납한 뒤, 그랑 트리아농Grand Trianon으로 걸어갔다.

 

 

이건 베르사유 지도. 밑에 궁전의 크기를 감안하면 정원의 크기가 짐작된다.

자전거 대여소 맞은편에서 출발하여 대운하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다만 쉬지 않고 페달을 천천히 밟았을때.

 

아침도 안 먹고 땡볕에 자전거 운동을 하자니 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그랑 트리아농 가는 길에 앙젤리나에 들렀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에펠탑에서 먹은 바게트 샌드위치가 있길래 얼른 골랐다. 훈남 알바생이 빵을 꺼내 계산하는 동안 바게트를 구워주길 기다렸는데, 거스름 돈과 빵을 그냥 건내주는 게 아닌가! 난 왜 안 구워주냐고 손짓을 하니 그냥 가져가랜다.

속으로 야, 이건 아니지 이 생 빵을 어떻게 먹으라고??ㅜㅜ

억울해서 막 이리저리 손짓하다가 알바생이 멀뚱멀뚱 쳐다보길래 그냥 땡큐, 하면서 들고 나왔다. 제길.

 

 

바로 이게 문제의 바게트 빵.

그냥 먹는 거란 걸 몰랐던 나는, 이 빵을 하루종일 들고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가서 버려 버렸다. 그땐 왜 안 구워주냐고 속으로 훈남 알바생을 욕했는데. 미안합니다.

 

어쨌든 안좋은 앙젤리나의 추억(?)을 안고 그랑 트리아농과 프티 트리아농Petit Trianon으로 갔다.

 

 

 

 

핑크핑크한 그랑 트리아농 외관

 

 

실내는 아까 물리도록 봤으니 생략하는 걸로~

 

 

너무 예쁜 대리석 바닥

 

 

 

 

그랑 트리아농 관람을 마치고 프티 트리아농으로 가는 길

 

 

하프가 놓여진 실내

 

 

프티 트리아농 관람을 마치고 왕비의 촌락 가는 길에 사랑의 신전이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연인이었던 백작과 은밀한 만남을 가졌던 장소라고 한다. 이런데서 만나니 큐피트 화살에 찔리지.

 

 

 

크~ 아무리 봐도 하늘이 예술이다. 물론 신전도.

 

 

은밀했던 장소를 뒤로하고 다시 왕비의 촌락을 찾아간다.

 

 

여긴 그냥 시골길. 우리 동네라고 해도 믿을듯.

 

 

드디어 도착한 왕비의 촌락

완전 시골 분위기 난다. 그치만 관광객도 적고 날씨도 좋아서 베르사유 대운하 다음으로 좋았던 곳!

 

 

 

 

 

 

 

 

주위가 고요하다. 시끄럽고 관광객이 바글바글했던 궁전을 생각하면 여긴 완전 다른 세상!

 

 

 

 

 

 

 

동물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기분이 좋은듯.

 

 

 

마지막 왕비의 촌락 관광을 마치고 걸어온 만큼 되돌아가는데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아침, 점심도 안 먹은 데다가 먹은 거라곤 물뿐. 꾸역꾸역 운하까지 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직원이 너랑 나랑 같은 안경 썼다고─그냥 뿔테─농담하길래 씨익 웃어주곤 받아든 바닐라&초콜릿 아이스크림.

 

 

5시간 넘는 베르사유 궁전 관람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너무 피곤해서 일찍 숙소로 돌아가 (오늘) 첫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했다. 내일도 근교 가는데 걱정이다.

 

일일 지출 내역

자전거 대여 €8

기념 엽서 €1.1

바게트 샌드위치 €4.8

아이스크림 더블사이즈 €3.5

 

* 본 여행기는 당시 일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