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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유럽

[2011 유럽 여행] 4일 차, 당황하지 않고 오이스터 카드만 있으면 끝!

LiiH 2014. 7. 29. 21:06

일정

 

 

[4일차/2011.05.14]

 

런던으로 가는 9시 반 기차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친 후 웨벌리역으로 갔다.

 

 

역으로 가기 전에 저 멀리서 보이는 스콧 기념탑 한 컷ㅎ

 

역 내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있길래 잠깐 연락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전광판에 런던행 플랫폼이 떴다.

얼른 기차에 올라 아침 사과를 깨물어 먹으며 에딘버러와 작별했다.

에딘버러의 추운 날씨와 멋들어진 거리가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이제 런던에서 9박!

런던은 부디 따뜻하길 바라며.

 

처음에 묵었던 YHA London Central 호스텔로 갔다. 다시 만난 그레이트 포트랜드 스트릿!

낡은 튜브 역과 위키드의 만남ㅎㅎ

안타깝게도 뮤지컬에는 흥미가 없어서 런던에 머무르는 동안 한번도 보지 않았다.

 

 

한 방, 한 침대에서 오래 머물러야 했기에 바지런히 짐 정리를 한 후, 점심을 먹으러 주방에 내려갔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주방에 사람이 없어서 터질 것 같은 팩 김치와 고추장, 참치를 넣고 볶은 뒤, 전자레인지에 데운 햇반 위에 부으면 짜잔,

 

 

요로코롬 김치참치덮밥이 완성되었다. 여행 와서 처음으로 먹는 쌀밥ㅠㅠ

 

식사를 마친 후, 오늘 오후 일정인 리젠트 파크Regent’s Park에 가기로 했다. 호스텔과 가까운 거리였지만 괜시리 베이커 스트릿역에 가고 싶어서 튜브를 타고 갔다. 홈즈로 벽면이 멋드러지게 장식된 베이커 스트릿역에서 리젠트 파크역으로 갈아타 내린 뒤, 역 주위를 한 바퀴 도니 입구가 보인다.

 

리젠트 파크는 런던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지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중앙에는 장미 정원이 있으며 왼쪽에는 호수와 스포츠 경기장, 그 위쪽에는 동물원이 있다.

 

 

 

맨 처음으로 가 본 곳은 에비뉴 가든.

안에는 많은 사람이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 정원도 있고 따땃한 햇살을 즐기며 걷다 보니,

 

 

이건 뭐... 1/10도 못 봤다.

원래 제일 가고 싶었던 곳은 메리 여왕의 정원Queen Mary's Gardens이었으나 포기하고 벤치에 앉아 주변도 둘러보며 사람들도 구경(?)했다. 연인, 가족, 친구들이 모여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고, 저 멀리서 축구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나 같은 여행객도 있었고 열심히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하는 런더너도 있었다.

 

 

바람도 산산했고 평화로워서 한동안 쉬다가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가려 했다.

그래... 기분 좋게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런던 첫날, 일이 터지고 말았다.

 

돌아가려고 언더그라운드에 가니 사람들이 튜브에 못 들어가고 입구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Fire라고 적힌 차 2대와 노란 형광 조끼를 입은 남녀가 블라블라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맙소사. 눈치껏 엿들으니 지하철에 문제가 생겼다.

 

당시 나에겐 해외 데이터를 신청하지 않아 자동 로밍만 되어 구글맵을 켤 수 '없는' 아이폰밖에 없었고, 지도라곤 런던 튜브 노선밖에 없었다. 첫 런던, 지리도 잘 모르는 익숙하지 않은 동네에서, 간편하게 탈 수 있는 지하철 이외에 도보 이동은 불가능했다. 나혼자였기에 더 어리숙하고 침착할 수 없었던 상황.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에 그나마 떠올릴 수 있었던 건, 리젠트 파크역에서 그레이트 포트랜드 스트릿역으로 가는 환승 구간인 베이커 스트릿역으로 가자! 였다. 리젠트 파크역에만 문제가 생겼을 거라는 단편적인 생각만 갖고 튜브 역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베이커 스트릿역으로 가는 30번 버스를 탔다.

그나마 다행인 건 튜브와 버스를 모두 탈 수 있는 오이스터를 갖고 있었다는 거. 찍기만 하면 충전된 요금 범위 안에서는 무엇이든 탈 수 있었기에 어디든 가보자라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베이커 스트릿 정거장에서 내리자마자─저 멀리 마담투소 전시관이 보였다─역으로 부리나케 갔는데 헐, 베이커 스트릿역도 운행을 안 한단다.

다시 좌절. 어두워지기 전엔 숙소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열심히 튜브 노선을 훑고 다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목적지는 패딩턴역.

 

(지금 생각하면 참 멍청했던 에피소드이다. 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라인이 문제였는데... 숙소와는 점점 더 멀어질 뿐이고...ㅜ)

 

200 어쩌구 버스가 패딩턴역으로 가길래 아낌없이 오이스터 카드를 찍어주고 쭉쭉쭉 달렸다. Maryle Bone도 지나고 Edgware Road도 지나면 드디어 패딩턴역인데... 갑자기 역 같지도 않은 도로에 서더니 승객들 모두 내리란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따라 내리니, 또다시 당황. 옆에 계신 할머니께 "Where is underground?" 하고 물으니 저 코너를 꺾으라고 대답해 주셨다. 할머니께 땡큐를 연발하며 패딩턴역으로 갔다. 그곳이라면, 그곳이라면! 튜브를 탈 수 있을 거야.

 

매우 혼잡한 사람들 사이를 뚫고 꾸역꾸역 해머스미스 앤 시티Hammersmith&city 라인으로 가니 여기도 NO. 캐리어를 이끈 무리들이 발길을 돌리고, 나는 내 앞길을 막는 안내문을 허망히 바라봤다. 그런데 내 옆에 있던 입술 피어싱한 남자가 안내원에게 길을 묻는 걸 몰래 엿들으니─그 남자는 베이커 스트릿역에 가려 했다─베이컬루Bakerloo 라인은 살아 있었나 보다.

그때 번쩍 든 생각!

유랑에서 호스텔 정보를 찾았을 때, 분명 내가 묵는 호스텔은 그레이트 포트랜드 스트릿역과 옥스포드 서커스 사이에 있다는 리뷰를 보았다. 거리상 가까운 건 그레이트 포트랜드 스트릿역이지만 접근성은 옥스포드 서커스가 훨씬 좋다는 바로 그 리뷰!

 

(참고로 패딩턴 역은 4개의 라인이 만나는 지점으로 내가 타고 다니는 분홍색의 해머스미스 앤 시티 라인과 베이커 스트릿과 옥스포드 서커스역이 있는 베이컬루 라인이 지나는데, 옥스포드 서커스역은 베이컬루 라인에 있다.)

 

불행 중 다행일까.

이 모든 방황을 끝으로, 나는 옥스포드 서커스에 내렸다. 늦은 오후, 정말 많은 사람이 역 주변에 몰려 있었다. 마치 주말 명동 같은 느낌?ㅎㅎ

역에서 나오면 바로 맞은편 건물의 탑샵TOP SHOP이 보인다. 와, 상점도 사람도 정말 많아 활기찼다... 가 아니라 나는 내 갈 길이 바쁜 상태ㅜㅜ 구경이고 나발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게 급했다.

 

 

하지만 내가 뽑아온 숙소 정보에는 옥스포드 서커스와 접근성이 가깝다고만 했지 어떻게 가는지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언더그라운드로 내려가 내 위치를 확인하려 지도를 본 순간, 어?! 탑샵 옆으로 나 있는 길이 그레이트 포트랜드 스트릿이다...!

 

드디어ㅜㅜ 길고 험난(?)했던 튜브에서 벗어나는구나ㅠㅠ

탑샵을 왼쪽으로 끼고 돌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그레이트 포트랜드 스트릿이 나온다.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이 길의 끝엔 역이 있을 거라 믿고 쭉쭉쭉 직진해 나아갔다.

주변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면서 몇 개의 건널목과 병원과 카페, 음식점 등을 지나니 오른쪽에! 초록 간판의 홀리데이 인Holiday Inn이 보인다.

(그레이트 포트랜드 스트릿 역에서 내려 호스텔에 가는 길목에 홀리데이 인이 있다.)

아... 그레이트 포트랜드 오른쪽에 나 있던 길이 볼소버 스트릿ㅠㅠ

크나큰 안도감에 곧장 TESCO에 들러 물과 간식을 산 뒤, 호스텔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니 한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나와 통성명을 나누고─뉴질랜드 사람이였다─다음 여행 일정을 얘기하다가, 파리에 숙소 예약했냐고 묻길래 민박이라 말하지 않고 아직... 이라고 하니 친절히 호스텔 하나를 알려주었다.

시테섬과 가깝고 Very Nice 하다며 지도와 함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그곳은 MIJE 호스텔.

 

'한번 그 호스텔에 가고싶다'고 일기에 적어놔서 두번째 파리에 갔을 때 예약을 알아봤으나 풀 예약이 된 관계로 결국은 묵지 못했다.

꼭 세 번째엔 묵을 수 있길 바라며...ㅎ

 

고되고 다른 날보다 유독 길었던 하루 동안 내가 많은 걸 깨달았는데(친절하게 일기에 번호까지 매겨놨다ㅋㅋ)

① 오이스터 카드를 사기 잘했다.

② 유랑은 역시 좋다.

③ 런던 버스는 깔끔하고 좋구나.

④ 와이파이가 안 터지면 소용없고 위치 어플도 엉망인 아이폰을 왜 사서...

 

일일 지출 내역

TESCO £3.91

 

* 본 여행기는 당시 일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