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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유럽

[2011 유럽 여행] 3일 차, 칼바람 부는 5월의 에딘버러

LiiH 2014. 7. 27. 21:11

일정 

 

 

[3일차/2011.05.13]

 

침대가 창가 1층이여서 창문 사이로 숭숭 새는 찬바람을 그대로 맞았더니 감기에 걸려 버렸다.

아니, 그보다 에딘버러 자체가 추워서 그런 걸 수도...

 

오늘은 로열마일을 쭉 걸으면 나오는 홀리루드 궁전을 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에 구멍가게에 들려 초코바도 사고 쉬엄쉬엄 걷다 보니 도착한 궁전...

하늘을 보니 오늘 날씨가 참 좋다.

 

 

당시 들고 갔던 가이드북엔 궁전 관람은 단체만 가능하다고 적혀 있어서 가이드 신청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던 찰나, 나보다 앞서가던 노부부가 그냥 궁전에 들어가길래 '에라, 나도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들어가 보니 그냥 티켓을 팔고 있더라...

 

궁전+갤러리, 궁전, 갤러리 이렇게 세 종류가 있길래 궁전+갤러리 티켓을 구입했다.

분명 국제학생증을 챙겨 갔을 텐데 지금 보니 성인으로 되어 있다... 흐미 아까운 내 돈ㅜㅜ

 

 

(이건 팸플렛 안에 있는 홀리루드 궁전 지도)

 

티켓을 사고 들어가자 날 반기는 초록색의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을 입은 아저씨.

표를 건네니 오디오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에딘버러 성에서도 느꼈지만 중국어, 일본어는 있는데 한국어는 없는... 그래서 필요없다고 하니 영어라도 가져가라 하길래 일본어로 받았다.

 

 

 

딱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분수대

 

 

 

사람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열심히 궁전을 구경했다.

아쉽게도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

일기에도 남겨져 있지 않아 기억이 나진 않지만 여왕의 거처인 만큼 화려했을 것이라 짐작.

 

궁전을 다 구경하면 마지막으로 홀리루드 사원Holyrood Abbey 유적을 볼 수 있다.

 

 

 

온전한 상태가 아닌 반쯤 부서진 상태.

스코틀랜드 왕의 거처나 결혼식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며, 1768년에 발생한 폭풍으로 지붕이 무너졌다고 한다. 여타 유럽 성당들과 같이 발밑은 묘지로 되어 있다.

사진 속 할머니가 보고 있는 안내판에는 부서지기 전 사원의 예상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찬찬히 홀리루드 궁전 관람을 마치고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주변을 배회하다가 궁전 옆에 있던 아더시트에 오르기로 했다.

 

 

멀리서 바라본 아더시트는─솔직히 높아 보이긴 했으나─금방 오르겠지 했다.

그러나 오르면 오를수록 끝이 보이지 않더라. 그리고 정확히 어디가 아더시트인 줄도 몰랐다.

 

 

결국 앞 사람을 따라 올랐는데 헐... 느낌이 아더시트가 아닌듯.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더 높은 쪽으로 올라야 했나 보다ㅜㅜ

 

날은 좋지만 머리가 다 헤집어질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손도 시려워 결국 아더시트는 포기하고 그냥 올라왔던 길을 더 오르기로 했다.

바람만 안 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말야...

5월의 에딘버러는 정말 추웠고 시려웠고 뒤통수가 아팠다.

날카로운 칼바람이 얼굴과 뒤통수를 세차게 때리는 바람에 결국 하산했는데 내려가는 도중, 비가 내려서  그대로 맞고 다녔다.

 

 

멀리서 보이는 에딘버러 성과

 

 

홀리루드 궁전

 

다음 일정으로 세인트 자일즈 대성당을 보러 갔으나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보고 좌절...

 

결국 일정을 틀어 스콧 기념탑을 보러 갔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다리─웨벌리 역에서 호스텔 찾을 때 건넌─를 건너면 보이는 공원에 위치, 영국 작가 월터 스콧을 기념하여 만든 탑이다.

 

 

스콧 기념탑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서성이다가 결국은 안 들어갔는데... 아직도 후회된다ㅜㅜ

이왕 에딘버러에 갔는데 왜 안들어가고 사진만 찍었는지... 에딘버러에 있을 때의 나는 입장료를 조금 아꼈나 보다.

(그 이후로 웬만한 관광지에는 꼭 입장하려 한다.)

 

스콧 기념탑을 보고 공원을 걸으면 그 끝엔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이 있다.

 

 

입장료는 무료!

박물관 내부의 사진은 남겨져 있지 않으나 꽤 오랫동안 관람하다 나왔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그 안에서 신나게 작품을 감상했다는 당시의 일기. 스코틀랜드 예술가나 우리에게 친숙한 라파엘로, 렘브란트, 모네, 고흐, 쇠라, 벨라스케스, 고갱 등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스코틀랜드 국립 도서관이 있길래 조용히 둘러보고 나왔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었기에 내부 사진은 당연이 없는 걸로...

도서관은 로열마일에서 왼쪽으로 꺾는, 호스텔로 가는 길목에 있었는데, 계속 다니던 길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날에 알아차렸다.

 

그렇게 일찍 하루 일정을 마치고 에딘버러 성 광장에 잠시 들려 휴식을 취하다가 호스텔 앞 광장에서 차디찬 칼바람을 맞으며 무료 와이파이─호스텔엔 와이파이가 없어서 밖에서 어디 건지도 모르는 걸 마음대로 썼다─를 썼는데 감기가 더 심해져 버렸다.

너무 춥고 힘들어서 숙소에 일찍 들어가 내일 런던에 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잠자리에 들었다.

 

에딘버러에 있으면서 가장 기억되는 건 역시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차가운 바람, 바람, 바람.

그래도 반팔 입은 현지인도 있었고 짧은 상의에 레깅스만 입은 언니 두 명─뒷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문화 충격을 먹었다─도 있어서 괜한 엄살을 피우는것 같기도 하면서 정말 내가 에딘버러에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2박 3일 동안 로열마일을 중심으로 짠 관광지를 추위 때문에 전부 다 패스했다는 것과 구시가지 말고 신시가지에 가지 못했다는 것에 진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즐거웠다는 거!

나의 첫 유럽 여행지, 어둡고 흐릿흐릿했던 에딘버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아, 일기 마지막에 추신이 붙어 있다.

"홀리루드 궁전 안에 유일한 한국, SAMSUNG."

 

일일 지출 내역

홀리루드 궁전 입장료 £14.85

초코바와 샌드위치 £2.5

감자칩과 사과 £1.59

 

* 본 여행기는 당시 일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 본문의 지도는 소장하고 있는 것을 스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