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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름휴가] 합천 힐링 [休] 여행 - 합천휴테마파크

LiiH 2023. 6. 11. 17:37

2021.07.10~2021.07.11


21년 여름휴가는 아빠가 가깝게 갈 수 있는 곳으로 떠나자 하여 경남 합천으로 휴가지를 정했다.

 

머물 숙소는 후기도 좋고 카라반이 있는 곳 위주로 찾다 보니 합천휴테마파크가 적격이었고, 바로 예약을 진행했다.

카라반 모과나무 객실로 5인, 215,000원에 예약을 하고 7월 10일 우리는 합천으로 떠났다.

 

차량 두 대로는 이동이 번거롭기에 지난번처럼 숙소에서 만난 뒤─캠핑장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아빠 차는 주차해 두고 엄마 차로 여행을 시작했다.

 

차 없는 이른 아침에 출발해도 수원에서 합천까지의 거리는 상당하다.

하여 우리는 바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소도시의 맛집은 대개 비슷비슷하여 비빔밥이나 한정식, 고기, 매운탕, 백숙 등이 대부분인데, 합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열심히 합천 맛집을 찾아보다가 너무너무 예쁜 밥(!)을 발견했다.

식사 메뉴는 으레 그렇듯 평범하였으나 알록달록한 밥 플레이팅이 너무 맘에 든 것이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님도 좋아할 것 같아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수수, 조, 백미, 흑미, 보리, 다섯 가지 오곡밥이 예쁘게 플레이팅되어 나오는 합천호관광농원’

 

약간의 웨이팅 끝에 왼쪽 대형 룸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오곡밥 정식 3인과 소불고기 오곡밥 정식 2인으로!

차례차례 반찬이 깔리고 밥이 나오자 엄마가 너무 예쁘다고 좋아했다.

오곡밥은 보통 섞어서 먹는데 여긴 따로 담아 알록달록 보기에 좋으니 맛도 더 좋게 느껴졌다. 

게다가 반찬 가짓수도 많고 전부 맛도 좋아서─부모님은 특히 데친 취나물을 좋아했다─가족들 모두 만족했던 식사였다.

다만 나물을 싫어하는 둘째를 위해 주문한 소불고기는 고기보다 버섯이 많아 맛있었지만 가격에 비해 쪼끔 아쉬움이 들었다.

 

우리는 부른 배를 안고 또다시 먹기 위해 떠났다.

밥을 먹었으면 당연 달달한 후식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행 일정을 짜면서 식당에서 차로 1분 거리에 엄청 멋진 카페가 있다는 포스팅을 봤기에 어떤 카페인지 자세하게 알아보지도 않고 바로 일정에 넣었던 곳이다.

 

카페 모토라드 합천

주차장부터 엄청 비싸 보이는 바이크들이 한가득이다.

사실 나는 카페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부모님이랑 막내가 너무 좋아해서 일정에 넣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카페에는 엄청 많은 사람이 있어 시끌시끌하면서도 새삼 여행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바이크도 구경하고 휴식을 취하다 나도 모르게 살짝 졸 때쯤, 

숙소로 가자는 엄마의 말에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 바로 옆 이마트24에서 열라면을 산 뒤, 우리는 오늘의 숙소 ‘합천휴테마파크’로 향했다.

오늘 우리 가족이 머물 모과나무 카라반

캠핑하는 사람도 많고 수영장이 있어 뛰어노는 아이도 많았다.

그리고 잔디밭과 나무들이 잘 가꿔져 있어 주변 시설과 풍경은 진짜 좋았다.

 

다만 카라반은 오래된 감이 있고 우리가 머무는 방의 TV가 고장나서─사장님과 직원분이 몇 시간 동안 TV와 씨름했지만 결국 고치지 못했다─작년 보은에 비하면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고기로 달래면 그만.

숯불 서비스를 신청한 뒤 저녁 시간에 맞춰 고기 파티를 열었다.

아빠가 트레이더스에서 모듬 야채를 2통이나 사와서 고기 파티가 아니라 상추 파티가 되어버렸...

예에~! 소고기 파티.

숯불 주위로 둥그렇게 앉아 갓 구운 소고기를 기름에도 찍어먹고 상추에도 싸 먹으며 정신없이 흡입했다. 

고기 냄새에 길냥이도 홀렸는지 우리 쪽 카라반에 다가와 안쓰러운 눈빛을 마구 보냈다.

옜다, 소금간 하지 않은 소고기를 한 점 던져주었다.

또다시 한 점 더.

발을 가지런히 모은 모습이 귀여워 냥이 사진만 수십 장을 찍었다.

여름날 후식의 대표 주자 복숭아, 그리고 추억의 모기향

 

시골에서 가져온 딴딴한 복숭아도 먹고, 밤늦게 열라면도 끓여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침엔 역시 남은 삼겹살로 김치찌개!

퇴실 시간에 맞춰 체크아웃한 뒤, 우리는 합천휴테마파크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해인사로 이동했다.

 

나름 국내여행도 여럿 다녀보고 지방으로 답사도 몇 번 다녀봤지만 해인사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해인사까지 올라가는 길이 꽤 된다는 아빠의 말을 가볍게 넘겼다.

아, 절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부석사보다 힘들겠어?

(왜인지 모르겠지만─산 중턱이 있는 사찰을 제외하고─부석사 가는 길이 제일 힘든 길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해인사 주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통굽 가죽 샌들을 신고 온 것을 매우매우매우 후회했다.

저질 체력에, 여름 날씨는 끈적하고, 미끄러운 통굽 샌들을 신고서 산속 길을 걷는다는 건 최악 of 최악이었다.

해인사로 가는 내내 일정을 짠 내 자신을 매우 치며, 간신히 입구에 도착했다. 

가야산해인사 일주문

봉화문

절의 경내로 들어서는 길

 

사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 가족이 향한 곳은... 바로 카페다.

신기하게도 해인사에는 북 카페 ‘수다라’가 있었는데, 경내를 둘러보기도 전에 카페를 발견한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에어컨이 틀어진 시원한 실내, 그리고 팥빙수

 

속세의 유혹에 우리는 져버렸다.

달달한 팥빙수가 어찌나 맛있던지 성인 다섯이서 아무 말 않고 팥빙수만 퍼 먹었다.

 

시원한 카페에서 끈적한 땀을 충분히 말린 뒤 드디어 구경을 시작했다.

대웅전... 이 아닌 대적광전

팔만대장경을 보고 나오는 길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은 사진 촬영이 불가라 두 눈으로 보고 가슴속에 담고 나왔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에 제작된 불교 경전 목판으로 해인사의 보물이자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수도권에 살면서 경남에 있는 해인사까지 올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휴가를 통해 그 유명한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해인사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절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맛집, 삼성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연예인 김종국의 친척이 운영한다는 한정식집인데, 점심때를 넘겨 갔더니 식당 안은 한산했다.

된장찌개가 포함된 산채비빔밥 정식

비빔밥이야 맛없기 힘든 음식이라 평범했는데, 굵직한 통멸치를 넣어 끓인 시골 된장찌개가 맛있었다.

막내 말로는 불고기 비빔밥도 맛있다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아빠는 대구로 우리는 수원으로 각자 길을 떠났다.

21년의 여름휴가도 무탈하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