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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나의 여행 이야기

해외 여행/2018 다카마쓰

[2018 다카마쓰여행] 6일차, 비도 오고 그래서

LiiH 2018. 9. 10. 22:05

 

 

 

 

 

 

6일차/2018.05.13(日)


 

 

 

사람이 하루에 한 끼 먹고 살 수 있을까.

 

보통 때라면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신기하게도 여행 때는 다르다.

왜인지 하루에 한 끼 챙겨 먹는 것이 귀찮고 아무 생각이 없다.

열심히 돌아다니면 배고플 법도 한데 오히려 식욕이 떨어지고 배도 고프지 않다.

그럼 혼자 먹는 게 두려워서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바깥에서 혼밥을 자주 했기에 그 때문도 아닌 듯하다.

 

처음 여행할 땐 학생이어서,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써야 했기에 경비 아끼느라 하루에 한두 끼를 먹곤 했다.

하지만 직장인일 땐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한 끼만 먹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다카마쓰에 와서도 그랬다.

대자연이 덮치긴 했지만 여행하는 5일 내내 나는 하루에 한 끼만 먹었다.

그것도 제대로 된 밥은 두 끼, 그리고 나머지 세 끼는 전부 편의점 음식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호텔을 나서자마자 밥을 먹기로 했다.

 

날이 흐리고 꿉꿉하다.

딱히 정해놓은 음식점도 없어서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아케이드 상점가에 가서 끌리는 것을 먹기로 했다.

 

효고마치 상점가를 지나 가타하라마치 상점가 쪽으로 쭉 걷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연 곳이 별로 없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방향을 틀고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쪽으로 걷는데 비가 주룩주룩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 거라면 맞고 다닐 수 있겠지만 내리는 양이 제법이다.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 우산을 사서 돌아다니다 돈부리집을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잡으려고 하니 아저씨가 무심히 자동 판매기를 가리켰다.

날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고민 끝에 기본인 텐동을 선택하고 자릴 잡았다.

 

어제 돈가스집도 그렇고 여기도 반찬이나 물이 셀프다.

먹을 만큼 덜어놓고 기다리는데 음식이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먹음직스러웠다.

 

음식을 주면서 아저씨가 뭐라 설명했지만 알아듣지 못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뭘 가리키길래 쳐다보니 다 먹은 그릇은 카운터에 놓으라는 말이었다.

 

음식은 짰다. 튀김은 바삭바삭하고 맛있었지만 밥에 뿌려진 소스가 짜서 물을 미친듯이 들이켰다.

된장국도 짜서 거의 손을 안 댔고 달걀은 심심하니 맛있었다.

 

먹다 보니 다들 그릇을 왼손에 들고 먹길래 나도 따라 해봤다.

하지만 그릇이 꽤 무거워 들었다 내려놨다 했지만.

 

그리고 나는 먹지 않았지만, 이곳은 밥을 다 먹을 즈음 점원에게 따뜻한 차를 부탁하면 오차즈케를 먹을 수 있다.

이 기름진 음식에 웬 오차즈케냐 싶지만 내 양옆 사람들은 곧잘 먹더라.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밖을 나와 다시 상점가를 돌아다녔다.

캐릭터샵에서 머그컵도 사고─계산하면서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대답하니 감사합니다, 했다─드럭스토어에서 쇼핑도 하니 어느새 양손에 짐이 한가득이다.

 

숙소에 들러 짐을 내려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으나 여전히 비는 미친듯이 쏟아져 내렸다.

빨간 등대도 보고 다카마쓰 성과 기타하마 앨리에도 가고 싶었으나 호텔에서 선착장까지 걷는 동안 흰 운동화가 물에 빤듯 회색으로 질척질척해졌고 바람이 불어 도저히 관광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만 보자, 하고 목표로 잡은 것이 이것.

 

 

장미 공원 옆에 있는 한 작품인데 구글 지도엔 아무런 표시도 없어 뭔 줄도 모른 채 사진만 찍었다.

 

나중에 따로 찾아보니 작품명은 <국경을 넘어, 바다>.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의 172번째 작품이란다.

(https://setouchi-artfest.jp/ko/artworks-artists/artworks/takamatsu/192.html)

홈페이지를 보니 내가 갔던 다카마쓰 항이나 칙코 역에도 있던데 관심이 없어 못 알아봤다.

 

이 작품을 끼고 한 바퀴 빙 돌아 선포트 다카마쓰에도 갔으나 ALOHA FESTIVAL 행사를 하길래 북적북적하고 정신 없어서 잠깐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렇게 마지막 하루가 지나갔다.

 

 

일일 지출 내역

돈부리 캇포 이타지로 ¥780

편의점 ¥2,077

ZOO ¥2,160

COCOKARA FINE ¥9,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