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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2022 여름휴가] 함양 용추오토캠핑장

LiiH 2024. 5. 12. 14:51

2022.04.30~2022.05.02


아빠 생신 겸 여름휴가로 떠난 경남 함양.

점심시간에 맞춰 오전 8시에 출발했는데 날이 좋아서 그런지 고속도로가 엄청 막혔다.

평소 카카오 내비로 3시간 반 걸릴 거리가 5시간이나 걸렸으니...

 

함양은 주변 산청, 합천과도 가까워, 최종 목적지는 함양이지만 산청군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아빠와 만나기로 했다.

여행지에서 평범한 산채 비빔밥, 숯불고기 등은 먹고 싶지 않기에 찾아본 곳인데, 특이하게도 돼지고기와 소라로 만든 매운찜을 판단다.

돌담’의 대표 메뉴, 흑돼지 소라찜

 

식당이 산속에 있어 손님이 많을까? 싶었는데 왠걸...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안에는 사람들이 꽉 찼다.

 

안쪽으로 자리를 안내받고 흑돼지 소라찜을 주문한 나는 음식의 첫인상에 조금 실망하고 말았다.

찜이라고 해서 막연히 갈비는 아닐까 생각했는데, 돼지갈비까지는 아니고...

숭덩숭덩 썬 평범한 돼지고기와 발라낸 소라, 그리고 콩나물을 매운 양념에 볶아낸 평범한 음식이었다.

 

양념맛은 어느 식당이 그렇듯 맵지 않고 무난했는데, 묘하게 어울리는 두 재료 덕분에 다들 밥 한 공기씩 비우고 스파게티 사리도 추가했다.

범상치 않은 스파게티 사리

 

라면도 아니고 우동도 아닌 스파게티라니.

몇몇 찾아본 후기에서 스파게티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니 시키긴 했는데, 토마토 소스가 아닌 고춧가루 양념에 잘 어울릴까 싶었으나...

 

진짜로, 정말 맛있었다.

이게 뭐지, 하면서도 다들 끊임없이 면을 덜어 후루룩 흡입하고 나서야 오늘 식사에 만족.  

식당 주위를 맴돌던 냥이 두 마리

 

밥 다 먹고 다음 일정으로 가고 싶었던 수선사에 가려 했으나 시간상 캠핑장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 바로 캠핑장으로 향했다.

이번에 우리가 예약한 곳은 ‘용추오토캠핑장’으로, 네이버 예약으로 5인에 차량 추가하여 총 73,000원에 예약했다.

 

친절한 사장님의 주의 사항을 듣고, 우리가 짐을 푼 곳은 T22.

계곡 물소리도 들리고 화장실도 가까워 나름 만족스러운 위치였다.

그늘막 텐트 치고, 에어매트 바람 넣고, 차박할 준비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저녁 시간.

이젠 새까맣게 변해버린 파이어 플레이스에 장작을 넣고 열심히 숯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힘겹게 데려온 솥뚜겅 위에 삽겹살과 양송이, 마늘을 굽굽.

지글지글 익어가는 삽겹살을 후후 불어 먹다, 마지막으로 솥뚜껑 위에 신김치을 얹어 저녁식사의 정점을 찍어주었다.

뒷정리하고 화롯대 주변에 둥그렇게 앉은 우리 다섯 명.

이번 캠핑에 처음 가져와 본 오로라 가루를 장작에 넣어보았다.

색색이 변하는 불꽃을 바라보며 불멍을 즐기다... 너무 추운 날씨에 얼른 잠에 들기로 했다.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우리 가족 특성상, 퉁퉁 부운 얼굴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식사를 준비했다.

아빠랑 동생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엄마랑 나는 미리 비닐봉지에 썰어 담아온 재료를 코펠에 넣고 된장찌개를 끓였다.

팔팔 끓인 뜨끈한 아침을 먹으며 속을 푼 우리는 오늘의 첫 일정, 황매산으로 향했다.

 

사실 오늘 첫 일정으로 어제 못 간 수선사에 가려 했다.

그러나 운전대와 함께 권력을 잡은(?) 아빠가 산에 가자고 하여 처음엔 내키지 않았다.

등산이라니...! 등산이라니!

입이 댓 발 나왔지만 다수결에 의해 결국 수선사는 포기.

 

5월 1일 일요일, 날씨 매우 맑음.

그래서 그런지 차가 엄청X10 많아서 산에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느릿느릿 기어갔다.

그래도 운좋게 주차장까지 올라가 차를 댄 덕에 바로 철쭉 군락지로 향했다.

철쭉 반, 등산객 반으로 뒤덮힌 황매산

 

사진엔 없지만 이날 등산객수는 내가 본 것 중 단연 최고였다.

철쭉 군락지를 향하는 길마다 사람이 가득하고 모두들 철쭉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어서 그야말로 인사인해.

이리저리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구경하고 사진 찍자니 피곤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산을 오르는 내내 철쭉이 만발하여 눈은 즐거웠다.

평생 볼 철쭉을 이날 다 본 듯?

 

기대했던 것보다 재밌었던 황매산 등산을 마치고 하산한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작년에 갔었던 오곡밥집으로 향했다. 

1년만에 다시 찾은 ‘합천호관광농원’

 

작년에 모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또다시 들렀다.

그러나... 좋은 추억으로 남겨둘 걸 그랬나 보다.

단체 손님과 맞물려 웨이팅이 길었던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하여도, 주문 후 꽤 오랫동안 대기해야 했던 것, 오곡밥이 오곡밥이 아니게 된 것, 그리고 작년보다 미묘하게 양이 적었던 것이 꽤나 실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합천군청 쪽에서 아빠 생신 케이크를 산 뒤, 캠핑장으로 돌아온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먹었다.

아, 물론 생일 케이크도.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냥이

고기가 없어 미안하다잉

캠핑장에는 우리를 포함한 단 세 팀만이 있었는데, 일요일 밤인 데다가 캠퍼들도 없어서 그런지 캠핑장 조명을 모두 꺼버렸다.

그래서 오늘따라 잘 보였던 북두칠성의 모습.

따땃한 화로를 따라 더욱 가까워진 그녀


쌀쌀한 날씨 덕에 이틀 전 보관해 둔 삼겹살이 쌩쌩하여, 오늘 아침은 김치찌개로 정했다.

남은 김치와 고기를 털어넣어 팔팔 끓인 찌개는 그야말로 존맛.

오늘 아침도 얼큰하게 해결한 우리는 체크아웃을 위해 식사를 끝내마자 정리하기 시작했다.

 

텐트 접고, 에어매트 바람 빼고, 차 트렁크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11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캠핑장을 빠져나온 우리는 그곳에서 가까운 용추계곡에 한번 들러보기로 했다.

곧 여름이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한 시원한 계곡물

용추계곡과 가까이 자리한 용추사

시원한 산속 경내에 강아지 한 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다.

짧은 구경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아빠와 헤어진 우리는 이렇게 2022년 여름휴가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