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3일차/2017.10.06
파리 - 런던
빅벤
어제 조금 늦게 자서 그런지 오늘은 그럭저럭 정신이 멀쩡했다.
하지만 방 안이 너무 건조해서 목안이 까끌까끌하다.
바지런히 준비하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순간 또 늦었나 싶어서 지레 긴장했으나 별 전화는 아니었다.
체크아웃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여러 곳을 물색하다가 원나잇 푸드트립에 나온 양파 수프를 먹기 위해 캐리어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왔다.
호텔 앞 신호등을 건너는데 맞은편 카페─Cafe RIBE─메뉴에 양파 수프가 있더라.
원래 가던 곳보다는 가까운 곳이 낫다고 생각해서 그길로 들어가 바로 자리를 잡았다.
두둥!
한데 메뉴판에 양파 수프 없음.
서버에 물어보니 런치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아 놔, 그냥 원래 가려고 했던 곳 갈걸.
하지만 이미 앉아버린 거, 귀찮아서 크루아상과 오렌지 주스로 아침을 때웠다.
크루아상은 크루아상, 오렌지 주스는 오렌지 주스.
상상 가능 한 그 맛이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런던행 유로스타를 타기 위해 북역으로 향했다.
어...?
북역에서 내리자마자 유로스타 플랫폼이 보일 줄 알았는데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당황했다.
보통의 유럽 기차역을 떠올렸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넓어서 땀이 삐질삐질 나왔다.
열심히 찾고 찾아봤지만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헤맬 뿐 도저히 어디인지 알 수 없어서 결국 검색 끝에 2층에 있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갔다.
다행히(!) 그곳에서 유로스타 타는 곳을 발견했다.
사진상에서 정면 기둥의 오른쪽에 붙어 있는 ← 표지판에 기차와 영국 국기가 있는데 그쪽이 런던행 유로스타 타는 곳이다.
요렇게.
옆으로 봐도 뒤로 봐도 거꾸로 봐도 영국행 유로스타.
티켓을 소지한 자만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입구에서 가드가 검사하기 때문.
제대로 도착했지만 아직 여유가 있어서 바로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또 시간을 때웠다.
마이 페이보릿 시그니쳐 초콜릿 아이스를 시켜 들고 테이블에 앉아 이것저것 일기도 쓰고 카톡도 하고.
별건 아니지만 이곳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몇 가지 일(?)도 있었는데,
옆에 앉은 가족 중 아빠로 보이는 아저씨가 아메리카노에 설탕을 엄청 들이붓길래 쳐다보니, 딸이 나를 한번 보고 제 아빠를 한번 보더니 뭐라 뭐라 하며 깔깔 웃었던 일이나─설탕 많이 넣어서 동양인이 놀랐나 봐! 의 느낌. 눈이 마주치니 아저씨가 머쓱해했다─내가 도망갈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지 어떤 아주머니가 꽤 오래 내게 짐을 맡겼던 일, 그리고 엄청 잘생긴 금발의 청년을 본 일 등등 덕분에 지루하진 않았다.
기차 출발하기 1시간 전, 다시 그곳으로 가 wallet 어플에 저장해 둔 티켓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줄서서 짐 검사 맡고 입국 심사 받고 다시 대합실 같은 곳에서 기다리다 하도 심심해서 돌아다녔는데 기차 타러 가는 입구에 내가 타는 시간이 적혀져 있는 게 아닌가.
그길로 바로 들어가 런던행 유로스타에 올랐다.
***
가는 4시간 동안은 멍하니 창밖만 보았다.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와이파이를 껐다 켰는데 갑자기 신호를 못 잡고 버벅거려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런던에 도착하기 5분 전.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길래 나도 따라 일어나 짐칸에 넣어두었던 캐리어를 꺼내 줄을 섰다.
그런데 한국인 여자애 두 명이 짐 꺼낸다고 슬쩍슬쩍 줄을 밀더니 내릴 때가 되자 갑자기 새치기를 해 내 앞에 서는 게 아닌가.
은근슬쩍이 아니라 대놓고 콱 밀면서 찌릿 째려봐 주었다.
유로스타에서 내리자마자 빠져나와 튜브로 향했다.
그리고 갖고 있던 오이스터 카드를 충전하려는데 잘만 되던 신용카드가 안 먹히는 게 아닌가.
두 번이나 시도했으나 실패해서 결국 현금으로 충전하고 7년 만에 Great Portland ST로 향했다.
왜냐하면 내가 이번에 예약한 곳이 바로!
첫 여행 때 묵었던, YHA 지나가는 길에 있던 홀리데이 인Holiday inn 리젠트파크이기 때문에.
YHA 호스텔에서 지내면서 이곳 위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바로 예약한 곳이다.
바로 체크인하고 방 배정 받았는데 생각만큼 괜찮았다.
방에 대충 짐 풀고 아까 먹통이었던 와이파이를 확인하는데 자꾸 재부팅될 뿐 작동하지 않아 2시간 동안 씨름했다.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출국일까지 로밍 신청 한 뒤, 7시쯤 해가 졌을 때 호텔을 나와 오랜만에! 빅벤을 보러 갔다.
당분간 공사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웠다.
야경을 못 찍는 내 손도 아쉬웠을 따름...
런던아이도 오랜만에 온 사이에 바뀌었다.
바로 붉은색으로! 코카콜라의 후원을 받아 붉게 변했다나.
이곳에서 야경을 구경한 뒤, 한국인 가족에게 내 사진도 부탁했다.
사진에 야경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너무 아쉽다. 사진 스킬이 없어서...
빅벤에서부터 밀레니엄 브릿지까지 빙 돌아 산책 삼아 구경한 뒤, 다시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더 보고 싶어도 시차 적응이 안 되어서 걷는 내내 머리가 핑핑 돌아 너무 힘들었다.
으으... 한국 가는 날까지 이럴 것 같다.
일일 지출 내역
Cafe RIBE €8.3
스타벅스 북역 시그니처 아이스 그란데 €4.6
오이스터 카드 충전 £10
TESCO 에비앙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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