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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2022 호캉스] 시그니엘 서울

LiiH 2023. 6. 25. 13:58

2022.07.20~2022.07.21


호텔 도장깨기 하는 건 아니지만 신라호텔, 포시즌스호텔을 다녀온 후 그다음엔 어딜 갈까 오래 고민했었다.

웨스틴 조선도 좋을 것 같고, 콘래드도 괜찮을 것 같고, 아예 송도로 빠져볼까 생각도 했고.

그러다 수원에서 접근성이 좋은 잠실 시그니엘이 좋을 것 같아 예약을 했고, 엄마와 둘이 가기로 했다.

 

지금껏 가본 호텔 중에 가장 비싼 가격이었지만 어차피 해외 여행도 못 가는데 이 정도쯤이야 라는 생각으로 예약을 했던 것 같다.

2인에 조식 포함, 트윈룸으로 776,215원 결제. 

그러다 문득 둘째에게도 ‘너도 갈래?’ 하고 물어보니 웬일로 가겠다 하여 7월 20일 세 모녀는 잠실로 떠났다.

 

이왕 가는 김에 맛있는 것도 먹고 오자! 해서 점심때 맞춰 잠실에 도착했고, 롯데월드몰 지하에 있는 고든램지버거로 향했다.

고든램지버거 입구

외관부터 실내까지 인테리어가 감각적이다. 버거를 팔 것 같지 않은 분위기.

 

첫 오픈 하고 이미 반년이 지난 시점이라 대기 줄은 전혀 없었다.

다만 자리는 만석인지 약 5분 정도 기다린 후 안으로 입장했다.

빨간 소파가 있는 좌석에 안내받은 우리는 미리 알아본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렸다.

버거에 접시라니...!

나이프까지 준 걸 보면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다.

크렘 브륄레 푸딩 앤 오레오 쉐이크

 

내가 주문한 건 아니고 동생이 했는데 달달한 게 꽤나 맘에 든 듯했다.

양도 많고 달아서 다 마시지 못했지만 나갈 때까지 손에 놓지 않고 마시던 음료.

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보니 우리가 주문한 버거가 나왔다!

순서대로 헬스 키친 버거와 야드버드 버거(치킨)

이게 그 유명한 헬스 키친 시그니처 버거.

버거 모양새도, 플레이팅도 예뻐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다.

사이드로 주문한 감자튀김과 수제 케찹

그리고 어니언링도 모두 나왔다.

버거도 버거지만 이 어니언링이 진짜 맛있다.

양파 특유의 달달함과 압도적인 크기, 그리고 바삭바삭한 튀김 옷이 진짜 굿.

 

감자튀김과 어니언링은 셋이 먹기에 양이 많아 포장을 했고 버거는 다 먹었다.

개인적으로─다른 둘의 의견도 같지만─헬스키친 버거보다는 야드버드 쪽이 훨씬 맛있는 걸로.

 

식사를 마친 우리는 신나게 옷 쇼핑을 즐긴 뒤 호텔 체크인을 하기 위해 시그니엘로 향했다.

롯데월드몰에서 시그니엘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복잡했으나 무사히(?) 엘리베이터 타는 곳을 찾았다.

 

그 유명하다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숨에 79층을 향하는데... 잊고 있었다.

높은 곳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핑 도는 정신을 부여잡고 도착한 시그니엘 로비

 

내가 가본 호텔 중 가장 정신없는 곳이었다.

앉을 자리도 부족하고, 대기 시간도 길고, 시끌시끌하고, 게다가 층고도 높아서 여러모로 불편했던 곳.

어찌어찌 체크인하고, 인원 추가하고, 조식도 1인 추가해서 거의 90만 원 가까이 결제했다.

87층 룸을 배정받고

스윽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모던한 객실. 하지만 프리미어 트윈룸이라 갖춰진 건 별로 없다.

시그니엘은─당연하겠지만─가격에 따라 욕조가 있고 없고, 소파가 있고 없고 차이가 크다고 하니 취향에 따라 업그레이드는 필요한 듯하다.

통창 너머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나는 어지러워서 이 사진만 찍고 후다닥 빠지고, 엄마랑 동생은 구경하느라 바빴다.

특히 엄마는 커튼 뒤 기둥 쪽에서 사진을 엄청 찍었다.

 

룸에서는 할 일이 없었기에 대충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석촌호수

봄날에는 벚꽃 구경한다고 몇 번 왔는데 여름은 또 처음이다.

남는 게 시간이라 석촌호수를 둥글게 돌며 수다도 떨고 사람 구경도 했다.

 

하지만 습도 높은 날씨에 지쳐버린 우리는 다시 롯데월드몰로 들어가 쇼핑을 했다.

에어컨 만세.

 

한창 쇼핑을 즐기고, 오후 6시 반으로 예약한 식당으로 향했다.

에비뉴엘 6층에 있는 인도 음식 전문점 아그라

전직장 다닐 때 자주 먹기도 했고, 또 인도커리를 좋아해서 선택한 곳이다.

생각보다 테이블이 엄청 많았고 미리 예약한 덕분인지 석촌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안내를 받았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아그라 스페셜 코스 3인.

단품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가격 면에서 저렴하기도 하고 샐러드와 탄두리 치킨, 커리 등 여러 가지를 맛보고 싶어 주문했다.

망고 앤 포도 스노윙 브레드

 

두둥.

가장 처음 나온 메뉴인데 샐러드에 드라이아이스 김이 뿜어져 나와 깜짝 놀랐다.

보는 눈이 즐거운 덕분인지 맛도 맛있게 느껴진 샐러드. 물론 샐러드 자체도 신선했다.

탄두리 치킨

 

인도 요리 하면 커리 다음으로 대표적인 메뉴가 아닐까 싶다.

치킨 아래로 짚불이 은은하게 타올라 퍼포먼스도 굿! 먹는 내내 따뜻하게 즐길 수 있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나온 각종 커리와 난들

 

난은 플레인과 허니버터, 갈릭으로 주문했고, 커리는 향에 약한 엄마와 동생을 위해 버터 치킨 마크니와 치킨 빈달루, 버터 프로운 마크니로 주문했다.

 

음식은 전부 맛있었고, 사진 찍기도 예뻐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다만 평소 식사량이 많지 않은 세 명이라 그런지 라씨랑 커리는 전부 절반 이상 남아서 다음에는 단품으로 시켜도 될 것 같더라.


사실 어제부터 날씨가 안좋았는데 그다음날은 결국 비가 왔다.

창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예서 구름 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대충 준비를 마치고, 사전에 신청한 조식을 먹기 위해 81층으로 내려갔다.

식당은 생각보다 더 조용했고, 음식 가짓수는 생각보다 더 적었다.

식사로 나오는 흰쌀밥과 소고기국, 백김치, 계란 프라이

그리고 뷔페에 오면 늘 먹는 죽!

 

조식 음식들 중 동생이랑 나랑 가장 맛있다고 한 건 바로 가자미 조림이다.

가시도 없고 살도 엄청 야들야들 부드러워서 몇 번이고 가져다 먹을 정도.

 

다만 지금껏 가본 국내외 호텔 중 가장 조식 가짓수가 적은 곳이 아닐까 싶다.

맛이야 어떤 호텔이든 맛없을 수 없지만 메뉴가 적은 건 또 다른 얘기니까.

 

식사를 마치고, 한 번 더 모닝 쇼핑을 즐긴 뒤 우리는 집으로 왔다.

그리고 셋이 둘러앉아 감자면을 끓여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던...

 

마지막으로 시그니엘은 지금껏 가본 호텔 중 가장 별로였는데,

기본 룸을 90만 원이나 지불한 만큼 서비스도 평범했지만 무엇보다도 엄마가 머문 침대에서 소변 냄새가 났다.

이불이나 베개는 깨끗했는데 매트리스에 누가 오줌을 싼 건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냄새가 풀풀.

 

이와 관련해서 컴플레인을 따로 걸지 않았지만 체크아웃을 할 때 직원한테 그 얘길 했고, 지금은 잘 처리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강렬했던 경험 때문인지 남들에게는 추천하지 못할 곳이 되어버렸다.

도떼기시장 같은 라운지의 첫인상도 한몫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