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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2021 호캉스] 포시즌스호텔서울, I’m So SEOUL

LiiH 2022. 10. 17. 21:01

2021.11.05


오랜만에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생겨 식당 예약할 겸 겸사겸사 그 주변에 있는 호텔도 예약했다.
광화문 주변에는 정말 많은 호텔이 있지만 그중 가장 끌렸던 곳은 바로 포시즌스호텔.
청계천은 물론 가고 싶었던 곳과도 가까워 식당을 예약하자마자 바로 호텔도 예약했다.

호텔과 식당만 가기엔 날이 아쉬웠는데 마침 명동에 있는 그라운드시소에서 전시회가 열렸길래 전시회도 예약했다.
전시회명은 <반 고흐 인사이드 더 씨어터>.
후기를 찾아보니 반 고흐의 작품을 영상으로 기획한 미디어 아트 전시회라던데... 아주 오래전 다녀온 <시크릿 뮤지엄>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고, 또 고흐를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가볼 만하다고 판단하여 바로 예약했다.

11월 5일, 나의 여행 메이트 엄마와 함께 명동으로 향했다.
가을날임에도 햇볕이 강해 여름 같았다.
버스를 타고 서울시청역에서 하차해 그라운드시소로 향했다.
전시회 입장 시간은 오후 1시.
그전에 롯데백화점 지하에 들러 짐을 맡긴 뒤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첫번째미우 어묵밴댕이국수

엄마가 잔치국수를 좋아하는데 마침 딱 괜찮은 곳이 있어 자릴 잡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아주 충격적인 광경을 보았다.
우리가 앉고 바로 내 옆에 한 여자가 자릴 잡았는데 사진에 보이는 모든 고명을, 진짜 모든 고명을, 빈 그릇도 아니고 쟁반에 싹 다 건져 버려두는 게 아닌가.
쟁반에 저 많은 고명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보는 사람마저 식욕을 떨구게 만들었다.
차라리 빈 그릇을 달라고 하든가... 아님 애초에 주문할 때 빼달라고 하든가.
너무 상식 밖의 행동이라 엄마랑 나, 둘 다 먹는 내내 말을 잃었다.

충격적인 식사를 마치고,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하며 그라운드시소로 향했다.


전시회를 좋아하는 나에겐 그라운드시소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였다.
의자 몇 개만 덩그러니 있는, 자유롭게 앉아서 관람하는 전시는 처음인 것이다.
엄마와 나는 매우 어색하게 바닥에 자리를 잡고 불이 꺼지길 기다렸다.

 

너무나 유명한 ‘아몬드나무’

바닥과 네 면에서 고흐의 인생과 작품이 재생됐다.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는 성격이라 전시는 보는 내내 정신 없었지만, 예술이나 전시회가 낯선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주기 매우 좋아 보였다.


다만 살짝 아쉬운 것은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별이 빛나는 밤’이 잘 재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디어 아트다 보니 작품 특유의 질감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뭉뚱그려져 매우 아쉬웠다..


오랜만에 만나는 오베르 성당

전시 후반부를 보는 내내 오래전 오베르쉬르우아즈에 갔던 추억이 떠올랐다.

오베르 성당, 밀밭, 그리고 고흐와 테오의 무덤...
고흐를 보러 영국도 가고 프랑스도 갔는데, 내 최애 ‘별이 빛나는 밤’을 보러 미국과 네덜란드도 언젠간 꼭 가야지.

맡겨두었던 짐을 찾은 뒤, 광화문 거리를 걸었다.
우리의 목적지 포시즌스호텔을 향해.


포시즌스호텔은 지금껏 가본 국내 호텔 중 가장 괜찮은 곳이었다.
로비도 깔끔하고 룸 컨디션도 좋고 무엇보다 실내 인테리어가 가장 맘에 들었다.


룸은 작았지만 창문이 많아 채광이 좋았고, 하얗고 깨끗한 인상을 주었다.
사진은 안 찍었지만 화장실이 진짜 최고.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즐긴 뒤, 이 여행의 시작인, 암소서울로 갔다.

암소서울을 가고 싶었던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청화백자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였다.
청화백자 디저트는 즐겨보던 예능, 식스센스의 이상이 편을 보다가 알게 된 것으로 방송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 버렸다.
한번 꽂힌 건 무조건 해봐야 하는 성격이라서─그렇게 스페인도 다녀왔다─방송을 보고 바로 식당과 호텔을 예약했으니 이날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식당 입구
조명이 독특하고 예쁘다.

미리 예약을 해두어서 이름을 대니 조용한 룸으로 자리를 안내받았다.
우리가 예약한 건 종가(디너)로, 그 당시 1인 가격은 184,000원이었는데 현재는...


파인다이닝은 처음이라 살짝 들뜬 채로 기다리니 차례차례 음식을 내어준다.
요리가 나올 때마다 설명을 해줄지 물어보았으나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했다.
그래서 간단한 재료와 음식 이름만 알고 자세한 건 잘 모른다─물론 기억도 안 난다─.

 

다 맛있었으나 캐비어가 올라간 계란찜은 살짝 비렸다.


능이향이 생각보다 약했다.
어렸을 때부터 능이무침, 능이볶음을 철마다 먹던 입맛이라 그렇게 느꼈을지도.


업진살 요리인데 고급스러운 스테이크 샐러드 느낌이다.


이 감태 요리가 진짜 맛있다.
평소 감태 먹을 일이 없었는데 여기 감태 요리를 먹고 감태에 한눈에 반해 버렸다.
이렇게 감태가 맛있다니...! 몰라봤던 게 미안할 지경.


부들부들한 전복 요리.
나는 괜찮았는데 해산물향에 민감한 엄마는 아니었나 보다.
게다가 이제 절반 왔는데 배부르다고...


생선은 다 좋아해서 금태도 맛있었으나,


입가심용으로 나온 이 디저트는 내 입맛이 아니었다.


드디어 본식.
정갈한 반찬과 한우가 나왔다.
엄마는 기본으로 하고, 나는 한우를 추가했는데 앞에서 많이 먹었음에도 고기라 그런지 술술 들어가더라.


육포밥은 맛있었고 육개장은 자본의 맛이 났다.


그리고 대망의 청화백자 디저트.
너를 먹기 위해 거금을 썼다.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백자 안에는 막걸리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는데,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입맛임에도 이 아이스크림만큼은 다 먹었다.

이거 하나 먹으려고 올 만하다.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완전 강추.


코스의 마지막

장장 2시간의 기나긴 식사가 끝난, 매우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부른 배를 안고 소화시킬 겸 청계천을 산책한 후 호텔로 돌아와 푹 쉬었다.


***

 


그다음 날, 호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조식
싱가포르 여행 후 조식 콘지(죽)는 나에게 반드시 먹어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는데 짭쪼름한 베이컨과 먹으면 진짜 맛있다.

아 참,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포시즌스호텔 더마켓키친의 특이한 점은 바로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는 것인데, 호텔 공사 중 유적지가 발견되어 바닥을 유리로 만들어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밥을 먹으면서 번호가 매겨진 유물을 보자니 1n년 전의 쿰쿰했던 우리 과 박물관 사무실이 떠오르고 말았다.

체크아웃하고 명동을 돌아다니다 집에 가기 전 그 유명한 명동교자에 들러 점심을 먹는 걸로 이번 호캉스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