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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2021 호캉스] 대구 메리어트호텔, 수원·(대전)·대구·부산 찍고!

LiiH 2022. 12. 31. 01:28

2021.12.26~2021.12.28


연말을 맞아 대구에 다녀오기로 했는데─매년 가는 곳이다 보니─일정이 널널했고, 그래서 대구 가는 김에 부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한데 이 무리한 일정에 동행이 있었으니...

바로 내 여행 메이트, 엄마!

다만 나는 수원-부산-대구(2박)-수원 일정이라면, 엄마는 수원-부산-수원이라는, 아주 극강의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보고자 엄마의 오고 가는 일정을 KTX로 발권했는데, 부산을 당일치기 다녀온 엄마의 말로는 힘들었다고...

그래도 엄마로서는 아주 오랜만에 다녀온 부산이라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았다.

 

내 생애 두 번째 부산역

어쩌다 보니 부산은 늘 당일치기 여행이다

 

8시 47분에 출발하는 부산행 KTX를 타고 11시 20분 부산역에 도착했다.

역 내 코인 보관함에 짐을 맡겨두고, 아침 겸 점심으로 부산의 명물 돼지국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제일 추운 날 와서 그런 걸까. 남쪽은 따뜻하다, 따뜻하다 해도 12월 말의 부산은 추웠다.

 

부산에 돼지국밥집은 정말 많아 외지인은 어디가 맛집인지 알 수 없다.

네이버에서 미리 찾아본 부산역 근처의 가장 유명한 돼지국밥집인 본전돼지국밥을 찾아갔으나, 줄이 너무너무 길어서 차선책으로 찾아본 대건명가로 향했다.

 

후문으로 입장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돼지국밥 2인분을 주문했다.

부추에, 김치 깍두기에, 소면까지. 추운 날 몸을 녹이기 좋은 한 그릇이었다.

다만 아쉽게도 국밥을 좋아해서 그런지 그렇게 특별한 맛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냥 국밥... JUST 돼지국밥.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부산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감천문화마을에 가기로 했다.

부산역에서 바로 가는 노선이 없어 중간에 한 번 갈아타야 했는데, 처음에 탄 버스의 기사님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약국 앞에서 하차해 목적지로 향하는 마을버스로 갈아탔다.

우리 외에도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 대여섯이 함께 버스에 올랐다. 

1년 전 여행이라 완벽하지 않지만 생생하게 기억하는 게 있는데, 바로 감천문화마을까지 가는 마을버스가 엄청난 오르막길을 엄청난 속도로 달렸던 것이다.

 

마침내 도착한 감천문화마을

칼바람 부는 추운 날씨에도 관광객이 꽤 있었다.

 

알록달록 꾸며진 마을

동행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구경하는 길에 귀여운 빵집이 있어서 들렀다.

사진 찍는 겸 달빵 플레인 맛과 초콜릿 맛을 하나씩 구입해 봤다.

 

무엇을 훔쳐보는 것이냥

 

아이 러브 감천

 

그토록 찍고 싶어 했던 어린왕자와 한 컷

 

사막여우와 함께 여행을 하는 도중, 잠시 쉬기 위해 난간에 걸터앉았다는 어린왕자.

그 덕분에 저 사이에 앉으면 감천문화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짧은 구경을 마치고 다시 되돌아오는 길

엄마와 씨앗호떡 하나를 나눠먹으며 귀엽고지만 서글픈 그림을 발견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중심부로 되돌아와 다시 버스를 타고 송도 케이블카로 향했다.

날도 춥고 그래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건만...

당장 탈 수 있는 건 올 매진이고 그다음 시간은 너무 대기가 길어서 고민 끝에 케이블카는 타지 않기로 했다.

 

시간상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어려워 케이블카 주변 이디야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다시 부산역으로 되돌아갔다.

 

엄마가 수원으로 출발할 KTX는 5시 50분 열차.

저녁 먹기 매우 애매한 시간이지만 그래도 부산에 왔으니 맛집을 한 군데 더 가보자 하여 신발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미리 예약했음에도 대기줄이 빠지지 않은 탓에 결국 포기하고 부산역에서 어묵만 산 뒤 엄마와 헤어졌다.  

 

엄마는 수원으로, 그리고 나는 대구로

 

이번 대구 여행에 숙소로 예약한 곳은 바로 메리어트호텔이다.

아빠도, 친척들도 모두 대구에 있어 자는 곳만큼은 얼마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왠지 이번엔 나 혼자(?) 있고 싶었다.

그리고 그 해 새로 오픈한 호텔인 만큼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묵어보고 싶었다.

 

동대구역 바로 옆에 위치한 호텔

위치는 좋지만 주변은 삭막하다

 

체크인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이놈이 같이 탔다.

처음엔 깜짝 놀랐으나 이 로봇이 윤여정 배우가 광고한 KT CF에 등장하는 로봇이라는 걸 깨닫고 뒷모습을 한 컷 찍어주었다.

 

혼자 묵기 좋은 룸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가, 엄청 깨끗했다.

 

이날은 또 임영웅 콘서트를 방영해 주는 날이어서 KBS를 틀어놓고 부산에서 사온 어묵을 먹으며 나홀로 콘서트를 즐겼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호텔 로비

 

그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으러 로비로 내려왔다.

조식의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음식은 대체적으로 정갈했고, 특히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많아서 좋았다.

 

또 요 딸기가 올라간 수플레는 인기가 매우 좋아서, 음식이 진열되면 곧장 빠르게 사라졌다.

 

대구 메리어트호텔에 이틀 묵으며 두 가지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첫 번째는 수플레를 받기 위해 시간 맞춰 줄 서 있었는데, 내 뒤에 있던 아주머니가 한 접시가 아니라 여러 접시를 가져가 버렸던 일이다.

모두 줄을 서서 1인당 한 접시를 가져갔는데,  그 아주머니는 남은 접시를 모두 가져가 버려서 생각지도 못한 막무가내 행동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두 번째는 그 조용한 식당에서, 서버의 실수로 접시들이 와장창 깨져버린 일이다.

내 앞앞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떠나고 서버가 자리를 치우려는데, 손이 미끄러졌는지 접시들이 와장창 깨졌다.

하필 무거운 사기 접시여서 그 소리는 매우 날카로웠다.

내 자리까지 접시 파편들이 튀고 직원분들이 분주하게 뒷처리를 하는 동안, 다른 무엇보다도─어려 보이던─서버가 부디 혼나지 않기를 바랐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룸에서 휴식을 취한 뒤, 밖으로 나왔다.

오늘 일정은 따로 정해진 것이 없지만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서문시장의 부산장돌이어묵!

몇십 년을 대구에 왔다 갔다 했는데 이렇게 맛있는 어묵이 있는 줄도 몰랐다.

 

겉으로 봤을 땐 흔히 볼 수 있는 어묵집이지만, 맛은 단연 최고다. 

매운 국물에 축축히 젖은 물떡도, 네모 어묵도 엄청 맛있지만 순대꼬치는 여러 개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손님들 틈바구니에 끼어 서서 뜨끈한 어묵 국물을 마시며 먹는 어묵 꼬치는, 처음으로 아빠가 대구에 살아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분 좋은 배부름을 안고 소화도 시킬 겸 반월당역까지 천천히 걸었다.

시장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며 반월당역 스타벅스까지 걸어가 잠시 시간을 떼우고,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춰 반월당역에서 북구청역까지 걸었다.

시간 조절 실패로 북구청역 근처 투썸플레이스에서 다시 시간을 떼우기도 했지만 그 시간은 오래지 않았다.

 

아빠와 북구청역에서 만난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걸리버막창을 먹기 위해!

 

사실 걸리버막창은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한 번 포장을 해서 외할머니댁에서 구워 먹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매장에서 먹은 적은 없었으므로 이번 대구에 온 김에 아빠와 함께 먹어보기로 했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막창

안지랑도 가보고, 싱글벙글막창도 가보고, 우야지막창도 가봤지만 이곳 걸리버막창도 꽤나 맛있었다.

 

특히 이 청양고추 가득 넣은 소스에 막창을 듬뿍듬뿍 찍어 먹으면, 크...

 

추가로 시킨 삼겹살은 별로였지만 버섯된장찌개는 칼칼하니 매워서 아빠와 나 각자 밥 한 그릇씩 비웠다.

 


 

이틀째 먹은 조식

첫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식을 끝으로 12시 47분 기차를 타고 수원으로 향했다.

두 번째 부산 당일치기 여행이자 대구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