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차 / 2022.11.11
새벽 5시, 출근 알람에 잠시 깼다가 7시 반에 다시 일어났다.
오늘 날씨 맑음
귤한가는 숙박비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데, 아침 9시부터 카페 음료 중 1잔과 베이커리를 제공하고 있다.
카페 가는 길에 만난 냥이, 토리
심통(?) 있게 나왔지만 낯선 우리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순한 고양이이다.
귤밭이 시그니처인 곳답게 곳곳에 포토존을 만들어두었다
워낙 잘 꾸며놓은 덕에 숙박하지 않아도 귤밭에서 커피 한잔 마시러 오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는 곳.
카페 안에서 바라본 풍경
카페 안에 들어서니 사장님 내외분이 반겨주었다.
엄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귤 주스를 주문한 뒤, 아까 귤밭을 돌아다니다 점찍어두었던 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카페 밖 의자에 앉아 조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중, 지붕 위로 새 한 마리가 뺙뺙 울고 있었다
귤밭 한가운데 자리잡은 엄마와 나
엄마가 너무 예쁘다며 특히나 좋아했다.
조식 구성은 크루아상 등의 간단한 베이커리와 제주도 돌배 4조각
아침을 안 먹는 엄마에겐 최고의 조합이었고, 아침부터 국에 밥 말아먹는 나에겐 조금 배고픈 구성이었다.
다만 상쾌한 아침 공기와 살랑살랑 부는 바람, 그리고 주홍빛의 귤밭 풍경이 아름다워 맹물만 마셔도 배불렀을 듯한 느낌.
아, 그리고 후식으로 주신 돌배가 아삭하고 맛있었다.
갓 짠 귤 주스
개인적으로 과일 주스는 즐겨 마시지 않지만, 귤한가 귤 주스는 신선하고 시지 않아 한 잔 다 비웠다.
엄마 마음에 쏙 들었던 조식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짐 정리를 한 뒤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다시 카페에 갔는데, 11시 오픈 10분 전임에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손님들이 한가득이었다.
거진 대부분이 귤 따기 체험을 하기 위해 온 듯?
우리도 숙박 손님 특권으로─무료로─귤따기 체험을 진행했다.
전지 가위와 양철 통
이 통만큼 채운 귤은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양철 통 한가득 귤을 채운 엄마와 나
우리는 귤밭 곳곳을 누비며 맛있게 생긴 귤을 열심히 먹고, 또 땄다.
정오라 햇빛이 쨍쨍했지만 처음 해보는 귤 따기 체험에 더위도 잊어버렸던 시간.
귤한가에서의 좋은 추억 하나 남겨두고, 우리는 그다음 일정을 위해 차에 올랐다.
숙소를 나와 우리가 향한 곳은 오설록 티뮤지엄.
국내 차茶 브랜드인 ‘오설록’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박물관보다는 카페가 더 유명한 곳이다.
제주도 볼거리를 검색하면 블로그나 SNS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곳이기에 한번 들러보았다.
하르방이 귀여워 찰칵
확실히 관광지라 그런지 엄청 북적거렸다.
가족 단위 관광객도 많고, 수학여행 온 듯한 고등학생들 무리도 잔뜩.
하지만 박물관도 안 가고, 차에도 관심이 없다 보니 딱히 구경할 거리는 없었다.
관내 이니스프리 매장이 있어 들러보았지만 역시 쓰는 제품이 있다 보니 그저 구경만
얼추 다 구경했다 싶었을 즘, 사람 미어터지는 오설록 카페로 들어가 베스트 세트 A를 주문했다.
그린티 롤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오프레도로 구성된 세트
일기를 보니 적당히 달아 맛있었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오프레도가 생각보다 달아 다 마시지 못했던 기억이...
오설록 티뮤지엄 근처에는 다원이 하나 있는데, 생각보다 작고 소박(?)해서 별 감흥이 없었다.
보성 녹차밭이 진짜 크고 예뻤는데.
그래도 이왕 온 김에 구경도 할 겸 엄마 사진도 찍어보았다.
오설록 구경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5분 거리에 있는 덮밥집으로 향했다.
어쩌다 찾아낸 갈치 덮밥 맛집 ‘릇’
외관은 물론 내부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나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우리는 바깥이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내가 먹고 싶었던 갈치 덮밥과 엄마가 선택한 한치 덮밥을 주문했다.
갈치 덮밥
한치 덮밥
이곳에 오기 전, 오설록에서 배부른 상태로 왔기에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갈치, 한치 둘 다 부들부들 연하고 맛있어서 끊임없이 넘어갔다.
특히 양미리를 통째로 씹어먹는 나에겐 뼈째 튀긴 갈치 꼬리가 별미였는데,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이 일품.
다만 둘 다 먹어본 엄마와 나의 선택은, 한치 덮밥이 최고였다.
소화도 시킬 겸,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용머리 해안.
원래는 산방산이 보고 싶었는데, 산방산을 보려면 용머리 해안으로 가야 한다더라.
산방산도 볼 겸, 용머리 해안과 근처 하멜 전시관도 구경하려 했지만 운 나쁘게도 이날 하멜 전시관은 문을 닫았고, 파도로 인해 용머리 해안가도 접근 불가였다.
그렇지만 목표했던 산방산에는 오를 수 있어서 사람들을 따라 산 옆쪽으로 난 길을 올라가 보았다.
저질 체력 이슈로 올라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코스가 짧아 금방 올랐다.
산방산 꼭대기는 아니었지만 돌로 만든 전망대가 있어 그곳에서 제주도 푸른 바다를 실컷 구경한 뒤 내려왔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일정, 송악산에 도착했다.
송악산은 제주도 수많은 오름 중 하나로,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주둔지로 점령했던 역사가 있어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산방산에 다녀온 터라 체력은 이미 바닥나 있었는데, 그래도 이왕 온 김에 가보자 하여 송악산 둘레길 절반을 돌아보기로 했다.
하트 뿅♡ 귀여운 하르방
송악산 초입에는 걱정했던 것보다 가파르지 않아 오를 만한데? 자신했으나...
바로 후회했다.
날도 덥고 내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무거운 발을 이끌며 그저 땀만 삐질삐질 흘릴 뿐.
그래도 높게 올라온 만큼 저 멀리 산방산이 한눈에 보였다.
위로 위로 올라갈수록 관광객이 점점 줄어들었는데, 시간대가 오후이다 보니 대부분 단체 손님이 많았다.
너도 올라왔을 때 힘들었을까
해질 무렵 송악산에서 바라본 산방산
백년초
초콜릿으로만 먹어봤지 실물은 처음 본다.
엄마와 약속한 대로 송악산 둘레길 절반을 돌아본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늘의 숙소로 향했다.
담모라 호텔앤리조트
조식 포함 트윈룸이 1박에 94,800원이었는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산방산이 코앞에 보인다 하여 고민 없이 예약한 곳.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쟈스민동 105호였는데, 생... 각보다 깨끗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더러운 건 아니지만 시설 자체가 낡았다 보니 약간 노후된 부분이 두드러졌을 뿐.
하지만 저렴하니까.
대충 짐을 풀고 찐 마지막 일정으로 향한 곳은 숙소 주변에 위치한 탄산 온천이다.
하루 종일 걸었던 우리의 발바닥을 위해 미리 예매해 두었던 곳인데, 산방산-송악산을 오른 우리에겐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밤 시간이라 그런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대부분이었다
탄산 온천은 뭐랄까... 내가 탄산수가 된 느낌?
온탕에 들어가면 뽀글뽀글 탄산이 나와 몸에 들러붙는데 그 영향으로 팔다리가 따끔따끔하다.
다만 나는 둔해서 그런지 아주 살짝 느껴지는 정도였고, 사람에 따라 그 강도는 다른 듯했다.
이색적인 온천을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
특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정으로는 완전 최고다.
엄마와 나, 시원하게 목욕을 즐기고, 호텔로 돌아가기 전, 호텔 안에 위치한 ‘산방산 치킨’에 전화하여 고추 후라이드 치킨 하나를 주문했다.
사실 온천에 간다고 호텔 주차장으로 향하던 중 발견한 곳인데, 저녁&야식으로 치킨을 먹을 겸 주인분에게 명함을 미리 받아둔 터였다.
온천 앞 편의점에서 맥주 2캔과 컵라면을 산 뒤, 치킨을 픽업해서 방으로 돌아왔다.
짜잔, ‘산방산 치킨’의 베스트 메뉴, 고추 후라이드 치킨
이건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시간 맞춰 갓 튀겨주신 데다가 매콤한 고추 토핑이 올려져 있어 매운 걸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 완전 딱 맞았다.
온천 목욕으로 노곤노곤해진 몸에.
육즙 가득 두툼한 치킨 한 입 베어물어.
시원한 맥주와 함께 넘겨준 뒤.
컵라면 국물로 뜨끈하게 속을 달래주면.
오늘 밤 꿀잠 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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