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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22 제주도

[2022 제주도여행] 1일 차, 15년 만에 제주도

LiiH 2024. 8. 15. 17:09


1일 차 / 2022.11.10

2019년 코로나로 인해 여행길이 막히고, 몇 년 동안 대체제로 캠핑과 호캉스를 다니던 때.
3년 차에 접어들자 슬슬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답답했던 마음을 풀기 위해 엄마와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나는) 무려 15년 만에!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수학여행으로 온 이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제주도를 가게 된 것이다.
15년 전 기억이라고는 천막 친 식당에서 검은 털이 붙은 흑돼지 두루치기를 먹은 기억밖에 없기에...
가본 적은 있으나 가봤다고 하기에는 빈약한 추억들뿐이어서 이번 제주도 여행은 내 인생의 첫 제주도 여행이라 할 수 있었다.
 
김포에서 출발하는 아침 6시 40분 비행기로, 집에서 나올 땐 이른 시간이라 택시가 잡히지 않았는데 4시 35분쯤 겨우 잡아 타 리무진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우리 집 주변에는 공항버스 정류장이 2곳 있는데, 영통 롯데마트 쪽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정류장과 동수원 병원 쪽의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정류장이 있어, 오늘은 난생처음으로 동수원 병원 쪽으로 향했다.
5시 정각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수원역을 지나 서수원, 안양으로 빠졌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는 길이 엄청 막혔다.
 
해외 출국이었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
6시 40분 비행기인데 6시 20분에 공항에 도착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다행히 셀프 체크인을 해두어서 바로 3층 출국장으로 향했으나...
보안 검사 줄이 너무 길어서 엄마랑 나랑 그저 발만 동동 구르다가 6시 27분에 보안 검사 통과하자마자 엄청 뛰어서 5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셔틀 버스를 타고 마주한 오늘의 비행기, 티웨이
근 3년 만의 비행기 탑승이라 살짝 떨렸지만 국내에, 시간도 짧고, 엄마와 함께해서 편안했다.

드디어 제주도에 도착!
오랜만의 비행으로 귀가 찢어질 듯 먹먹했으나 새로운 곳에 도착했다는 설렘에 그마저도 색달랐다.

비가 온 듯 칙칙한 도로
 
예약한 렌트카를 픽업하기 위해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렌트카 회사 셔틀 버스를 타고 제주 스타렌트카로 향했다.

우리가 예약한 것은 모닝
두 명에 짐도 적고 경차라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아서 예약했는데, 막상 픽업하고 보니 차에 홍보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어서 쪼금 창피했다.
 
짐을 싣고 첫 일정으로 향한 곳은 맛집으로 이미 너무 유명한, 그리고 엄마가 아빠랑 다녀온 후 극찬을 했던!
전복 물회 맛집 ‘순옥이네명가’.
아빠 환갑 기념 여행에서 맛집으로 찾아주었던 곳인데, 아빠랑 엄마가 하도 극찬을 해서 이번 코스에 또 넣어보았다.
9시 오픈이라 그런지 2팀 정도 식사를 하고 있어 식당은 생각보다 널널했다.

전복죽과

시원한 전복 물회
코로나에 한번 당한 후라 그런지 물회는 별맛이 안 났고, 오히려 죽이 고소하고 맛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 관광 겸 소화시키기 위해 바로 주변에 있는 이호테우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해수욕장은 특별한 것이 없지만 하양 말과 빨강 말 등대가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이 색달라서 제주도에 왔다면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정면으로 찍히는 빨강 말 등대가 맘에 들지 않아 하양 말 등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하양 말 등대로 향하는 길
아무도 없다.

아니, 너무 맘에 드는데?
이날 본 빨강 말 등대가 귀여워 소품샵에서 마그넷도 하나 샀다.

이 당시 나는 코로나로 인해 귀엽지만 쓸모없는 것들에 미쳐 있었는데, 지금이라면 가지 않았을 소품샵을 코스에 넣었다.
중간에 주소 이슈로 버벅거리긴 했지만 어찌어찌 도착한 미유meyou 애월점.

요 노란 강아지가 이 상점의 시그니처인 듯하다

돌하르방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고,
여기서 사진 속 귤 모자를 쓴 하르방 장식품과 이호테우 빨강 말 마그넷, 그리고 귤(!) 한 봉지를 샀다.
 
한 봉지에 5천 원 하는 달달한 귤을 까먹으며 신나게 해안가를 드라이브하다가

해녀상이 있어 잠시 멈춰본다.

짙은 파랑의 가을 날 제주도 바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애월 카페 거리.
몽상드애월, 봄날 등 유명 카페가 많았으나 엄마는 이미 전부 다녀왔던지라 우리는 크고 사람 별로 없는 투썸 플레이스로 향했다.

카페 가는 길에 만난 오징어들
사실 투명 카약 타는 곳인데 투명 카약보다는 나란히 매달려 있는 오징어들의 모습에 더 관심 있었다.
 
시원한 곳에 앉아 커피와 케익을 먹으며 잠시 일 좀 하고, 일정도 재정비하고,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여행한 시기는 제법 쌀쌀한 11월이었는데, 제주도는 어찌나 덥던지...
기모 후드를 입고 온 것을 매우매우 후회했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신 우리는 그다음 일정으로, 내심 끌리지 않아 일정에서 빼버렸던 상가리 야자숲에 가기로 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2022년 이때에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이제 막 떠오르는 숨겨진 명소로서 입소문을 타고 있었는데, 이미 여러 차례 제주도를 다녀온 엄마를 위해 엄마가 가보지 못한 곳으로 일정을 짜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기대는 1도 안 하고 제대로 된 이름도 없어 도로명 주소만 찍어 도착한 그곳은...기대 이상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개인 사유지라 블로그에서는 초반에 요금을 안 받는다고 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에는 1인당 5천 원의 요금을 이체받았다.

주인장분께서 쥐여주신 새콤달콤한 귤을 까먹으며 본격적으로 야자나무 숲을 구경했다.

날이 더워 해외에 온 느낌
햇빛과 날씨와 야자수의 환상적인 조합

이때 간 제주도 여행지 중 엄마의 만족도 100% 여행지였다.
이날 사진만 수백 장을 찍은 듯.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상가리 야자숲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새별오름으로 향했다.

새별오름 주차장에서 만난 참새들
 
새별오름은 엄마는 이미 두 번 다녀온 곳이었는데, 매번 왔을 때마다 너무너무 추웠다고 했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 간 날은 너무너무 덥고 오르막길이 엄청나서 너무너무 힘들었다.

힘들게 올라왔는데 억새는 얼마 없어서 실망

그래도 정상까지 왔습니다.

힘들게 등산한 후 달달한 귤로 체력을 보충한 뒤, 미리 예약해 둔 숙소로 향했다.
 
내가 예약한 곳은 ‘귤한가’라는 곳으로, 협재에 위치한 펜션 겸 카페인데 숙소 앞에 귤밭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 사장님한테 문자를 보냈고 이것저것 안내를 받았다.

숙소 앞 귤밭
숙박객은 무료로 귤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302호로, 2인에 조식 포함 190,000원이었다

감성 숙소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귤밭이 환히 보이는 통창과 깨끗하고 감각적으로 꾸며진 실내가 맘에 들었다.

귤한가 카페
이곳에서 조식 식사와 함께 귤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짐 정리하고 슬슬 배가 고파질 때쯤, 저녁을 먹기 위해 협재에 위치한 고깃집으로 향했다.

흑돼지 구이 전문점 ‘바다를 본 돼지’

맛집이라 그런지 식당은 만석이었고, 현장 예약으로 대기가 5팀이 있었다.
대기 기다릴 겸 식당 앞 바닷가 바위에서 풍력 발전소를 구경하며 시간을 때우다, 입장하라는 전화에 얼른 식당으로 향했다.
 
오겹살과 목살로 구성된 2인 세트를 시키고, 본격적으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목살부터 챱챱 구워본다
코로나 후유증 덕분에 멜조림에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고사리 챱챱

두툼한 목살 근접샷
그리고 (미친듯이 먹느라) 사진 없음
 
이날 우리는 고추 한 가득 가져와서 먹고, 마늘도 한 가득 가져와서 먹고, 고사리와 상추는 2번 리필해서 먹었다.
상추 위에 멜조림 풍덩 찍은 고기 한 점과 고추 하나, 마늘 하나 올리고 구운 고사리 양껏 올려 쌈장 찍어 싸먹으면 존맛.
옆 테이블은 고기는 절반이나 남기고 맥주만 몇 병 마시던데, 우린 해물 된장찌개에 밥 한 공기 시켜서 대화도 안 하고 묵묵히 젓가락만 놀려 밥만 먹었다.

입천장 까질 만큼 두부가 뜨거웠던 해물 된장찌개
건더기가 실하고 국물이 시원해서 마지막 입가심으로 최고였다.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배가 터질 것 같아 식당 주변 해안가 산책을 좀 하다가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새벽 3시에 일어난 여파로 씻고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