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구에 가는 날.
가는 이유는 소박하게도, 어느 날 문득 뭉티기가 먹고 싶어졌고 이곳저곳 찾아보니 대구에 3대 뭉티기집이 있단다.
어렸을 땐 육회도 회에도 손도 안 대던 나인데...
저 두툼한 생고기가 뭐가 맛있을까 싶다가도 사진을 보니 또 먹고 싶은 거(?) 같기도 하고.
어차피 아빠도 있겠다 겸사겸사 대구에 다녀오기로 했다.
출발하는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축축한 날씨에 하필 버스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의 배차 시간이 길어서 아슬아슬하게 터미널에 도착했다.
다행히 고속버스가 5분 늦게 도착한 덕분에 시간 맞춰 탑승할 수 있었다.
한데 내가 예매한 자리의 의자가 고정이 안 되는 게 아닌가.
등받이에 기대면 스르르 계속 젖혀지는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3시간 동안 허리를 펴고 갈 순 없기에 넘어가면 다시 세우고 넘어가면 다시 세우는 귀찮음을 안고 구미로 향했다.
근데 오늘 무슨 날이에요?
가는 내내 고속도로가 엄청 막혀서 14시 구미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대구행 버스를 도저히 탈 수 없었다.
결국 대구행 버스를 취소하고 아빠한테 긴급 콜.
다행히 아빠가 구미 터미널까지 오기로 했다.

결국 2시 넘어서 도착한 구미 버스터미널.
아빠를 기다리며 터미널 안 분식집에서 라면 한 사발 때렸다.
라면을 다 먹을 때쯤 아빠가 왔고, 아빠 차 타고 대구로 향했다.
우선 시간이 붕 뜬 관계로─아빠랑 이렇게 일찍 만날 계획이 아니었다─동대구역 주변에 예약한 숙소로 먼저 향했다.
아빠는 집으로 가고 나는 체크인 고.
하지만 5시 체크인이라는 말에 가져온 짐만 맡겨두고 신세계 백화점에 들렀다.
쇼핑은 아니고 볼일(화장실) 보러...
그리고 오늘 저녁 먹을 곳으로 향했다.

대구에서 생고기로 유명한 송림식당
내가 도착했을 땐 사람이 없어 금방 들어가겠네, 하고 아빠를 기다렸는데 아빠를 만나 다시 왔더니 이미 줄이 너무 길어져 있었다.
14번째로 명단에 이름을 적고 주변 봄봄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순서를 기다렸다.

아파트 내 상가 건물에 위치한 특이한 식당.
이곳만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오드레기와 뭉티기를 주문했다.
기본으로 깔리는 반찬들.
대부분이 술 안주다.

사이드로 나오는 소고기뭇국
제사 때마다 미친 듯한 퀄리티의 소고기 탕국을 먹는 관계로... 맛은 그냥저냥.

첫 순서로 오드레기가 나왔다.
이건 갤럭시로 찍은 사진.

이건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오드레기는 소의 혈관 부분인데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한입 먹을 때마다 고소하고 쫀쫀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아서 무조건 시키는 걸 추천.

그리고 그렇게 기다려왔던 뭉티기가 나왔다.
누가 봐도 생고기, 날것, 그 자체.
이대로 탕국에 들어가도 될 것 같다.
심지어 깍뚝 썰려 있어 식감도 엄청났다.
이게... 이게 뭉티기의 맛인가...!
미리 찾아보고, 또 알고 왔는데도 나에겐 육회가 최대인가 보오...
아빠는 맛있다며 드시는데 나는 몇 점 먹다 말았다.
맛도 맛이지만 살캉거리는 식감이 너무 힘들다 예요...

그래도 생율이 들어간 요 양념장이 맛있어서 양념장맛으로 몇 점 맛볼 수 있었다.

오드레기와 뭉티기를 먹었지만 배는 헛헛하다.
추가로 소고기 된장찌개와 공기밥 2개를 시켜서 남은 배를 채워주었다.

내 입맛엔 맞지 않았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던 대구 뭉티기
다음에 그 맛의 가치를 알게 되는 날이 온다면 또 먹으러 오겠습니다.
저녁을 먹고 아빠와 헤어진 뒤 나는 바로 숙소로 향했다.

이번에 묵은 숙소, 호텔 포레스트 701
이름은 호텔인데 모텔로 분류되어 있다.
늦은 체크인을 하고 사장님에게 설명을 듣는데, 특이하게도 이곳은 2박 연박이 안 된단다.
내일 체크아웃하고 다시 체크인하라고.



1인 예약했는데 넓은 곳으로 배정
내부는 정돈도 잘되어 있었고 깨끗했다.

근데 화장실이 조금 무서웠다.
한 6명은 들어가도 될 거 같은 욕조 크기에 왠지 모를 소름이...!
혼자 오들오들 떨며 샤워를 했다.
오늘 하루 먹고 잔 거밖에 없는데도 이동이 고됐는지 바로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오늘 아빠와 경주에 가기로 해서 일찍 일어났다.

공짜 아침밥도 챱챱 먹어주고 숙소 앞에서 만남.
체크아웃하면서 사장님한테 여쭈어보니 연박하면 추가금이 붙어서 그렇게 안내해 주었다고.
오늘도 날이 흐려 대구는 비가 내렸다.
아빠의 거침없는 드라이브 솜씨에 비명을 지르는 속을 달래며 경주 도착.
첫 일정으로 석굴암을 갔는데 안개가 엄청났다.

이른 아침인데도 주차장은 가득찼다.



석굴암 입구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오랜만에 보는 부처님에게 묵례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 불국사에 갔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알고 보니 전날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고...

북적북적한 경내
이렇게 사람 많은 불국사는 또 처음이다.

수학여행 이후 몇십 년만에 보는 다보탑
진짜 오랜만에 보는 듯하다.
사실 대학생 때 답사로 경주에 왔는데 도착한 첫날 동기가 신종플루에 걸려서 전면 취소당했던...
경주 대표 관광지를 본 우리는 황리단길로 향했다.
황리단길 들어가는 입구부터 엄청나게 막히더니 막상 들어오니 주차할 곳이 없더라.

강가 공터에 간신히 주차하고 황리단길에 가니 이곳도 사람이 넘쳐났다.
어딜 가나 사람사람사람.
미리 찜해둔 소갈비 맛집에 갔더니 재료 마감으로 영업 종료.
결국 그 주변에 있는 ‘황남식당’에 들어갔다.

파 소불고기 2인 주문
흔한 서울식 소불고기다.

맛은 평범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우리 둘 다 정신 없이 먹고 또 먹었다.
근데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우리 테이블만 쌈 채소를 안 줬더라.

식사를 마치고 후식 먹으러 꼬.
특별한 디저트를 파는 ‘설월’이라는 카페에 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그린티, 그리고 대릉원 타르트!

너무 예쁘지 아니한가.
게다가 경주 대표 관광지를 따와서 안 시킬 수가 없었다.

숟가락으로 반 갈라 먹다 급하게 찍어봄
기대했던 만큼 맛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쑥맛이었다.
음료도 마실 겸 핸드폰도 할 겸 겸사겸사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밖으로 꼬.

사람들이 향하는 길을 따라 걸으며 구경도 하고, 십원빵 파는 가게를 만나 하나 사먹어 보기도 했다.


치즈 듬뿍 십원빵.
아빠랑 사이좋게 반 나눠먹었다.

그리고 천마총도 보고 황남대총도 보고


황남빵도 사고─만드는 것도 보고─
마지막으로 첨성대까지 본 뒤에야 오늘 경주 여행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첨성대를 다 볼 때쯤 비가 미친 듯이 쏟아져 아빠가 가져온 작은 우산 하나로 둘이 주차장까지 걸어가는데 홀딱 젖었다.
에어컨 풀로 틀어놓고 대구까지 가는 동안 졸음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대구에 도착한 우리는 아빠가 먹고 싶다던 라멘을 먹으러 반월당까지 갔다.
가게 이름은 ‘사야까’.
차슈가 듬뿍 올려진 라멘이 시그니처 메뉴다.

아빠가 티비에서 봤다던 라멘.
비주얼에 놀랐다. 와아.

사이드로 주문한 돈카츠
아빠와 나, 라멘 한 그릇씩 싹싹 비우고 아빠가 숙소로 데려다 주는 걸로 오늘 하루 마무리.

다시 체크인을 하면서 사장님이 룸 업글 해주셨다는데 어째 어제보다 작아진 느낌이다.
오늘 하루 알차게 보낸 듯 내 양발에는 커다란 물집 하나씩 잡혀 있었고, 오늘도 어김없이 이른 시간에 곯아떨어졌다.
오늘은 수원으로 떠나는 날.
밤에 자는 도중 삐─ 소리가 들려서 잠결에 환청이 들렸나 싶었는데 일어나 보니 티비를 안 껐던...

어제보다 비는 더더욱 세차게 내렸다.
오늘도 아침밥 챱챱 먹고 집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동대구역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이 멀진 않지만 탑승 시간에 늦을 거 같아 조금 뛰었더니 신발도 젖고 옷도 젖고 머리도 젖고.
출발 2분 전 간신히 오른 기차에서 잠 좀 잘까 싶었는데, 내 좌석에 기댄 아주머니 두 분이 충청도까지 올라가는 내내 수다를 떠셨다.
내일이 연차라 다행이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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