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둘째 동생과 함께 대구로 떠났다.
둘만 대구로 향한 건 2018년 여름 이후 처음인데, 특별히 목적을 둔 여행은 아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대구 내려가는 날.
이날은 금요일이었기에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했고, 오전 내내 미친 듯이 업무 처리한 뒤 12시 땡 치자마자 퇴근해 집 주변 지하철역에서 동생과 만났다.

수원역에 도착한 우리는 점심 겸 시간 때울 겸 지하 푸드코트에서 돼지김치찌개 한 상을 먹었다.
그리고 파스쿠찌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
오후 3시.
기차 타고 약 3시간 달려 도착한 동대구역.
이미 6시가 넘었기에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이번 함께 머물 호텔은 반월당역에 있는 토요코인 동성로점.
위치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예약했다.


일본식 호텔이라 내부는 비좁지만 짐 없는 우리에겐 그저 충분할 뿐.
대충 짐 정리 하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동성로에 있는 걸리버 막창으로 향했다.
지난번 아빠랑 본점에서 먹었을 때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 재방문 도전!

대구 하면 막창.
막창 하면 대구.
대구에 1년 정도 살았을 때 반 친구들 몇몇의 부모님이 막창집을 운영했었다.
그 정도로 대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

막창이 탄다 싶을 정도로 바삭해졌을 때쯤 불판에서 건져내 양념장에 푹푹 찍어 먹어본다.
막창을 씹으면 그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돼지 기름의 고소함이 짭짤한 막창 소스와 어우러져 끊임없이 젓가락을 놀리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둘이서 기본 3인분을 비우고 추가로 항정살을 시켰으나 품절 이슈로 더는 먹지 못했다.
대신 된장찌개를 시켜 밥으로 깔끔하게 입을 비워준 뒤 가게를 나왔다.
근데 위치가 위치라 그런지 매장이 매우 매우 시끄러웠다.
본점은 괜찮았는데 금요일 밤 동성로가 문제인 걸까?

호텔로 돌아가는 길.
빵집이 있어 들러보았다.
오늘은 포항 가는 날

날씨는 좋지도 않고 흐리지도 않다.

토요코인은 조식이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는데, 특별할 게 없는 대용량 조리의 메뉴들이지만 아침밥으로 먹기엔 좋다.
게다가 둘째가 조식을 먹고 하는 말이,
“언니, 숙박비 가성비를 따지면 잠실 시그니엘보다 토요코인이 더 나아.”
응...?
준비하다 보니 기차 출발 전 30분에 호텔을 나섰는데,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했다.
KTX 타고 대구에서 포항까지 30분.
그리고 포항역에서 9000번 버스를 타고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두두둥.
골목식당 맛집, THE 신촌's 덮죽.
나는 평소에도 죽을 사 먹거나 시켜 먹을 정도로 정말정말 좋아하는데, 이곳 덮죽이 일반 죽과는 달리 ‘요리’ 같다는 후기를 본 이후로 정말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다.
다만 경기도에서 포항은 너무 멀었고, 죽을 사 먹으러 엄마가 같이 가주지도 않았기에, 이번에 둘째와 함께 대구 내려오면서 여행 경비는 내가 전부 다 내는 대신 죽 먹으러 포항까지 가기로 합의했다.

오픈 전 아침 9시부터 명단을 작성한다 해서 시간 맞춰 가보니 이미 12시까지 풀북이었다.
간혹 한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 있었으나 우리는 둘이 왔으므로 1시로 예약했다.
그러고는 시간이 붕 떠버렸다.
뚜벅이인 우리는 딱히 포항에서 할 것도 정해두지 않았기에 포항에 가장 유명한 영일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둘이 수다 떨며 걸어가는 와중에 발견한 포은 중앙 도서관.
더위도 식힐 겸 들어갔다가 만화관이 따로 있길래 30분가량 만화책을 봤다.


드디어 영일대 도착!

생각보다 사람이 많길래 보니 샌드페스티벌 중이었다.




작품들도 구경하고 바닷가도 즐기다 다시 덮죽으로 돌아가본다.

예약 시간에 맞춰 입장.

소문 덮죽 하나와 시소 덮죽 하나, 에이드 하나를 주문했다.


너무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
죽을 섞지 않고 한 숟가락 적당히 떠서 입안에 넣어본다.
큼지막한 토핑을 씹다 보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흰죽이 자연스레 목으로 넘어간다.
요리 같다는 후기 답게 두 가지 죽 모두 정말 맛있었다.
찐하고 개성 넘치는 토핑이 흰죽과 잘 어울릴 줄이야!
대부분의 사람이 죽을 사 먹는다 하면 ‘어디 아파?’ 하고 물어보거나 ‘점심으로 죽을 먹겠다고? 배고프게 왜?’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그럴 때마다 참 억울할 때가 많다.
죽이 얼마나 맛있는데...! 양도 많고 매콤한 죽도 있는데...! 한 끼 식사로서 얼마나 훌륭한데...!
죽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외국의 콘지처럼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죽집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죽 맛집 덮죽은 죽 러버에겐 너무너무 소중한 곳.

각설하고 매장에서 파는 수제 에이드도 마셔보았다.
이것도 맛있음.
맛있는 죽과 친절한 사장님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포항역을 거쳐 동대구역으로 돌아갔다.
든든하게 먹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배고프다!
서문 시장에 들러 내가 좋아하는 부산장돌이어묵에 가 순대꼬치 때려주고, 소화시킬 겸 반월당역까지 걸어가 잠시 숙소에서 쉬었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와 독특한 파스타를 파는 미란다 키친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더 후미진 곳에 위치한 식당
식당 내에는 젊은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많았다.


스테이크 샐러드

오징어 먹물 파스타
샐러드나 식전 빵은 평범한데 이 오징어 먹물 파스타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 났다.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 있는 맛은 아니고, 우리에게 친숙한 고추장으로 만든 소스로 졸여져 있는데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 답게 매콤하고 오징어도 보들보들해서 확실히 다른 메뉴보다 훨씬 맛있었다.
아침점심간식저녁야식(컵라면)을 야무지게 챙겨먹은 우리는 미리 짐을 정리한 뒤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나 혼자 조식을 먹기 위해 내려왔다

역시나 무난한 메뉴. 그렇지만 맛있었다.
오전 동성로는 볼거리가 없어서 바로 동대구역으로 향한 우리는 역 내 식당에서 황태국과 순두부찌개로 위장을 채운 뒤 수원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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